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유쾌한 해적 vs 선거 지략가…설연휴 극장가 승자 누굴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해적:도깨비 깃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흑호랑이의 해' 임인년이 드디어 밝았다. 그러나 마음이 경쾌하지만은 않은 시절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설 명절 귀향길 발걸음이 무거워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역수칙만 잘 따른다면 방구석 신세만큼은 면할 수 있다.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공연이나 영화 티켓을 보내드려도 좋겠고, 자녀 손을 꼭 붙잡고 호랑이 기운을 받으러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한 해의 시작을 풍성하게 만들기엔 부족함 없을 테니 말이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한 해의 시작을 모차르트의 음악과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코로나19에 지친 마음을 녹여줄 설 명절 볼거리를 한데 모았다.

이번 설 연휴 극장가 최고 기대작은 '해적: 도깨비 깃발'이다.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개봉 첫날인 26일 예매율 1위를 달리며 늦겨울 순항을 예고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늘을 보며 호쾌하게 웃고 있는 배우 강하늘이 의적단 무치 역을 맡았고, 해적선 주인 해랑 역에 배우 한효주가 낙점돼 기대를 모았다.

두목 무치와 해적 해랑은 사사건건 부딪치는 태생적인 상극의 인물이다. 무치는 '고려 제일검'이란 호칭을 얻을 만큼 강하지만 지금은 바다를 전전하며 해랑의 해적선에 의탁하는 신세다. 왜구선을 소탕하던 그들은 왕실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게 되고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선다. 보물을 노리는 건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역적'으로 불리는 부흥수 역의 권상우도 함께였다. 지난 시사회 당시 컴퓨터그래픽(CG)에서 합격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툭툭 터지는 재미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모은다.

강하늘·한효주·권상우 삼자 간의 피 말리는 추격전 사이로 배우 이광수는 단연 돋보인다. 해적왕을 꿈꾸는 '막이' 역을 담당한 이광수는 파인애플을 빼닮은 헤어스타일에 틈틈이 '두목' 자리를 노리는 어설픈 과욕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매일경제

`킹메이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매율 2위로 올라선 '킹메이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는 정치 영화다. 선거판 이면에 감춰진 현란한 전술과 암투를 다루는데, 배우 설경구가 매번 낙선하지만 대의를 품은 정치인 김운범 역을, 배우 이선균이 일확천금을 거부하고 대의를 위해 당선을 좇는 서창대 역을 맡았다.

일단 서창대의 기가 막힌 전략을 감상하는 재미만으로도 이 영화는 주목에 값한다. 여당이 물밑에서 유권자에게 선물을 돌리자 서창대는 캠프 사람들에게 여당 선거원 옷을 입힌 뒤 이를 회수한다. '안 주는 것보다 더 나쁜 건 줬다가 뺏는 것'이란 감정을 역이용한 것.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물 포장지를 야당으로 바꿔 포장갈이를 한 뒤 다시 유권자들에게 뿌려버린다.

매일경제

`경관의 피`


코로나로 지친 현실에서 도피해보고 싶다면 영화 '경관의 피'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배우 조진웅이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을, '기생충' 남매의 오빠 배우 최우식이 신입 경찰 민재를 맡았다. 원칙과 정도를 중시하는 민재가 비리 형사로 의심받는 강윤을 쫓는 '언더커버 경찰'이란 점이 영화의 주된 설정이다. '사실은 알고 보니 악역이 아니라 선한 역할이었다'는 예상을 하기 쉽지만, 영화는 그보다 좀 더 깊은 심연으로 향한다. 법치에 따른 원칙주의를 지키는 신념과 과정보다 결말이 중요하다고 믿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어서다.

설 연휴로 이어지는 취기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해보고 싶다면 덴마크 영화 '어나더 라운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적당히 술을 마시는 것이 삶에 더 창의적일 수 있다는 가설을 직접 실험한 고교 교사 4인을 다룬 독특한 이야기다. 영화 '더 헌트'의 주연으로 유명한 마스 미켈센이 교사 마틴 역을 맡았다.

열정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마틴과 그의 동료들은 식사 중 뜬금없는 가설에 매료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항시 유지하되 저녁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말 것'이란 원칙하에 음주에 몰입하면서 지루했던 교사들의 삶은 활력 넘치는 수업이 가득한 축제의 장이 된다. 하지만 취기에는 책임도 따르는 법. 영화는 스러져 가는 것들에 대한 마지막 위안을 주려는 마음으로 꽉 차 있다.

명절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싶다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인어가 잠든 집'이 기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일본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두 작품 모두 주연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은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이를 잃은 부부가 슬픔을 잊기 위해 나아가는 기형적인 출구와 극복을 다룬다. 눈이 쌓인 폐허 위에서 주인공 가후쿠가 세상을 떠난 오토의 슬픔을 보듬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장면은 다시 없을 명장면이다. '인어가 잠든 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 삼은 영화로, 사고를 당한 딸의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가 마지막 인사 순간 딸의 손이 움찔하면서 다시 희망을 품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