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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잘때 욕하는 엄마···잠꼬대로 알았는데 병원가니 '악몽같은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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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PICK



본격적인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명절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 고향에 가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고 짧은 모임을 갖은 후 돌아오거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려고 순차 귀성을 계획한 이들도 있다. 명절 연휴는 부모에게 안부를 묻고 건강을 살필 좋은 기회다. 어르신들은 아프고 불편해도 잘 내색하지 않는다. 감각이 둔해져 미세한 신체 변화를 놓치기 쉽다. 이럴 때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알고 있으면 직접 뵙거나 영상·전화 통화할 때 이들의 건강 상태를 가늠해보는 데 도움된다.

근육량 줄어들면 대사질환 유발

첫째로 살펴야 할 건 외형 변화다. 젊은 사람에게 살이 빠져 얼굴이 갸름해졌다는 말은 기분 좋은 인사일 수 있다. 그러나 노년층에겐 건강 이상 신호에 좀 더 가깝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는 “볼살이나 턱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근감소증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 근력, 기능이 모두 감소하는 질환이다. 대사질환을 유발하고 사망률을 높여 노년층에겐 경계 대상이다.

평소 영양 섭취가 고루 이뤄지지 않으면 얼굴의 피하 지방과 턱 근육이 빠진다. 종아리도 마찬가지다. 온몸의 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면서 종아리 둘레를 한번 확인해보자. 장 교수는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큰 동그라미를 만들어 종아리 중 가장 굵은 부위를 감쌌을 때 그 동그라미가 종아리 두께보다 커서 여유롭게 감쌀 수 있다면 근감소증 위험이 6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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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쩍 왜소해 보이는 것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노쇠의 신호탄일 수 있어서다. 노쇠해졌다는 건 신체 안팎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생리적 여력이 줄었단 의미다. 신체 변화에 매우 취약해져 질병에 쉽게 걸리고 거동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흔하다.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는 노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열량 섭취가 줄었거나 에너지 대사에 변화가 생겼단 증거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질병의 영향이거나 소변·대변으로 열량이 손실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 진료와 검사를 받아 정확한 체중 감소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같이 식사할 땐 부모의 식습관을 점검하는 게 좋다. 예전보다 식사량이 현격히 줄거나 특정 반찬에만 손이 간다면 영양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식습관은 직접 뵙지 않고 전화상 대화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요즘 입맛은 어떤가’ ‘어떤 반찬과 드셨나’ ‘음식 씹기는 괜찮은가’ ‘소화는 잘되나’ 등을 물으면서 영양 상태를 유추해본다. 균형 잡힌 식사는 건강관리 수칙에서 놓쳐선 안 될 덕목이다. 나이가 들수록 선호도가 떨어지는 생선·과일·채소류, 유제품, 살코기를 고루 챙겨 먹고 무조건적인 소식을 피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음식물을 씹거나 삼키는 게 힘든 저작·연하 곤란 증상은 병원 진료가 권장된다. 저작 곤란은 대개 치아 손실이나 치주병과 같은 구강질환이 있을 때 나타난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생체재료보철과 이성복 교수는 “잔존 자연치아가 주식인 밥·김치 정도를 씹어 삼킬 수 있으려면 최소 20개, 육류를 앞니로 끊어 어금니로 씹어 먹으려면 최소 24개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강 문제가 있으면 적절한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져 영양 상태가 급속도로 불량해지므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부모가 식사 중 사레에 자주 걸리거나 입안에 음식이 고여 먹는 도중 잘 흘리며 목소리가 갈라지는 증상이 있다면 연하 곤란을 의심할 수 있다. 영양 불량은 물론이고 탈수증, 흡인성 폐렴을 야기할 수 있어 적절한 의학적 조치가 요구된다.

60세 이상 3명 중 1명, 75세 이상의 약 절반가량은 청력 손실(난청)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명절에 부모와 얘기를 나누면서 이를 관찰하면 좋다. 사실 청력 소실은 가장 흔한 노화 증상이지만,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길을 걸을 때 주변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소리를 놓치고 각종 경보음을 못 들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 편히 참여할 수 없어 소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난청이 생기면 양쪽 귀가 서서히 안 들린다.

초기엔 고음을 듣는 힘이 떨어지고 이후 악화하면서 저음 영역까지 증상이 확대된다. 부모가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를 잘 알아채지 못하고 ▶상대방 말소리가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며 ▶소음 있는 식당에서 대화가 어렵고 ▶TV 볼륨을 너무 크게 설정해 뒀다면 청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다.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것을 권한다.

대화 중에는 부모의 인지기능 저하 여부도 가늠해볼 수 있다. 기억력 감퇴는 대부분의 노년층이 느끼는 문제다. 단순 건망증이라면 근래 지나간 일을 세세히 기억하지 못할 뿐, 전반적인 내용은 알고 있다. 귀띔해주면 대부분 잊었던 사실을 무리 없이 기억해낸다. 반면에 치매는 해당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데다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기억력 장애는 물론이고 공간 지각력, 계산·판단 능력이 함께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부모에게 지난 명절 때 있었던 일을 물어 사건을 완전히 잊었는지 확인해보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송인욱 교수는 “치매는 기억력 외에도 집중력, 판단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장애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혼자서도 잘하던 전화 걸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씻기 등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지장을 줘야 비로소 치매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찬 편식은 영양 불균형 신호

부모의 수면 습관도 중요한 건강 지표다. 나이가 들면 깊은 수면 시간이 줄고 미세 각성과 수면 단계의 변화가 많아져 수면 효율이 떨어진다. 낮잠이 늘어 밤에 불면을 호소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노년기엔 약물치료를 많이 하는데 수면 문제의 주원인일 수 있어 주치의와 복용 약을 점검한다.

예전과 달리 자면서 거친 말이나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등 잠꼬대가 심해져도 문제다. 손을 허우적대고 발길질하는 식의 과격한 행동까지 한다면 노인성 잠꼬대 즉, 렘수면행동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송 교수는 “노인성 잠꼬대가 있으면 근육을 마비시키는 뇌 부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며 “파킨슨병을 포함한 퇴행성 뇌 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유산소·근력·균형 운동 고루 하고, 복용 약 통합 관리해야

부모나 집안 어르신의 건강 상태가 불량하다고 판단되면 전문 진료와 함께 적극적인 건강관리에 나서야 한다. 적절한 식사와 운동을 하고 정서를 돌보며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건강 지표 사수를 위해 권장되는 생활습관을 알아보자.

1 꾸준한 스쿼트·일직선 걷기 운동

노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 그중에서도 걷기다. 보통 천천히 산책하듯 걷는다. 그러나 매일 오래 천천히 걷는 것보다 짧은 시간을 걷더라도 빠르게 걷는 게 효과적이다.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균형 운동을 주 3회 이상 병행하면 근육이 발달하고 보행 능력을 향상하는 데 좋다. 노인이 집에서 하기 좋은 근력 운동은 허벅지가 무릎과 수평이 될 때까지 앉았다 섰다 하는 스쿼트다. 한 발로 오래 서 있기, 일직선으로 걷기, 손을 쓰지 않고 앉았다 일어서기 등은 균형 운동으로 적합하다.

2 동물성 단백질 소량씩 자주 섭취

노년기에 단백질은 필수 먹거리다. 상당수 노인은 콩·시금치·두부와 같은 식물성 식품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한다. 특유의 향과 식감 탓에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꺼린다. 식물성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지만,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지 않게 생선·달걀·육류·오징어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도 반드시 먹어야 한다. 외식할 때나 특정한 날에만 먹기보다 매끼 반찬으로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육류는 눈에 보이는 비계 부위는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3 나만을 위한 삶의 활력소 찾기

우울증·외로움·고독감은 어르신들의 건강 악화를 부추긴다. 신체 활력 수준을 떨어뜨려 스트레스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삶의 활력소를 하나쯤 갖는 게 좋다. 노래 부르기, 뜨개질, 화초 가꾸기 같은 취미 활동은 일상의 무료함을 떨치고 긍정적인 정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 친구·이웃과 자주 어울려 지내는 것도 방법이다. 주변 사람들과 왕래하며 이야기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전화로라도 수시로 대화를 나누도록 한다.

4 철저한 만성질환 평가·관리

고혈압·당뇨병·관절염·골다공증·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은 노쇠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다. 시력·청력 저하도 모두가 겪는 노화 과정으로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정기적으로 의사와 만나 진행 정도를 평가받고 그에 합당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진 사람은 먹어야 하는 치료 약도 여러 가지다. 전문가에게 복용 약물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성분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약은 복용을 중단하고 상호작용이 우려된다면 대체 약을 찾는다.

5 넘어지지 않게 실내 환경 개선

노년기에는 낙상 사고를 질병으로 간주하고 관리해야 한다.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고 회복이 늦기 때문이다. 낙상 사고의 상당수는 의외로 집안에서 일어난다. 이를 막으려면 집안의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화장실 바닥이 유난히 미끄럽다면 미끄럼 방지용 패드를 부착한다. 거실에 전선이 어지럽게 엉켜 있거나 방바닥에 항상 이불이 깔려 있어 걸리적거린다면 깔끔하게 정리해 보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거실은 어둡지 않게 밝은 조명을 유지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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