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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사도 광산’ 세계유산 추천, “역사 전쟁 하겠다” 달려든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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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佐渡)광산.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지난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반대로 유네스코 등록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추천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내 강경 세력이 반발하자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사도광산은 2차 대전 때 조선인 1000여 명을 강제 노역에 동원한 곳이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념하면 어두운 역사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할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등재를 추진하면서 신청 대상을 1867년 이전의 유적으로 한정했다. 어두운 역사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완전한 역사’를 반영한다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원칙에도 어긋나 한국이 반대하면 유네스코 심사에 통과할 가능성도 낮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연기하기로 했으나 아베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강경 세력이 반발하자 하루아침에 방침을 뒤집었다.

아베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썼다. 총리 재임 당시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端島) 탄광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지금도 싸우고 있다. 연기한다고 사태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다음 날 일본 정부의 방침이 바뀌었다. 이는 아베 전 총리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역사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조건으로 강제 노역의 역사를 알리고 희생자를 기리는 후속 조처를 유네스코에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다. 등재 2년 뒤 유네스코에 낸 관련 보고서에는 ‘강제 노역’ 표현까지 삭제했다. 작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허용해선 안 된다. 앞으로 유네스코에 일본의 약속 불이행 문제와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재검토 문제도 함께 제기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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