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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법정한컷] 유유히 법정 나간 김학의…상처만 남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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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출금 및 수사 외압 혐의로 재판…증인 회유 의혹도

성접대 혐의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초동수사 향한 비판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현금과 차명 휴대전화 요금 대납 등 43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2.1.2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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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파기환송심 재판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재판보다 10분 정도 일찍 법정에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긴장해서인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재판부가 입정한 뒤 일어서서 선고를 듣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게 몸 상태가 좋지 않냐고 묻고는 앉아서 선고를 듣도록 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김 전 차관은 법정을 빠져나와 곧장 준비된 차량으로 향했다. 수많은 기자들이 김 전 차관을 따라가 심경이 어떤지를 물었으나 김 전 차관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되고 김 전 차관이 차량에 탑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0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첫 의혹 제기 이후 이날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김 전 차관은 유유히 떠났고 검찰엔 상처만 남았다. 단순히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책임뿐만 아니라 증인 회유 의혹, 불법 출국금지, 초동수사 미진 등 상처는 한두 개가 아니다.

◇증인 회유 의혹 해명 못한 검찰…재판부 "검찰 사전면담 기록 없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 유죄판결의 근거가 됐던 건설업자 최모씨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씨가 증인신문 전 검찰의 사전면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검찰은 최씨와의 사전면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최씨 역시 당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명확하게 진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사전면담 과정에서 진술조서, 증인신문 녹취서를 제시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진술조서를 제시받는 증인의 입장에서는 법정에서도 그 내용에 따라 진술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며 "증인신문 녹취서는 법원에서 열람하면 되는데 검사가 사전면담 과정에서 이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사전면담 과정에서 증인 회유나 압박을 했다면 그것 자체로 문제지만,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전면담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남겨놓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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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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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금' 이규원·이성윤 기소…검찰 신뢰 치명타

김 전 차관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보고서 허위 작성, 불법 출국 금지, 수사 외압 등 검찰의 위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는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던 당시 윤씨의 면담보고서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언론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이 검사의 보고서를 토대로 곽상도 전 의원 수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과거 사건번호를 기재해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사후 승인 요청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기재하는 등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검사와 이 고검장의 재판에서 결국 유죄 결론이 난다면 검찰의 신뢰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성접대' 의혹 공소시효 만료…초동수사 아쉬움

논란이 됐던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은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9년 11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3100만원 상당 금품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를 두고 "마지막 범죄행위가 종료한 2008년 2월경부터 공소시효 10년이 경과한 후인 2019년 6월 공소가 제기됐음이 기록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심과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성접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공소시효 만료 전에 기소가 됐을 가능성이 있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검찰은 2013년 11월 별장 성접대 의혹 동영상의 등장인물들이 누군지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김 전 차관 역시 성접대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성접대 증거로 제시됐던 원주 별장 동영상과 역삼동 오피스텔 속 남성이 모두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성접대 혐의를 따로 심리하지는 않았다.

이 밖에도 김 전 차관의 다른 뇌물 혐의들도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재수사가 진행돼 증거 수집 자체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재상고하면 김 전 차관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되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취지대로 다시 심리된 만큼 재파기환송될 여지는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유죄가 맞다고 생각해 공소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전 차관은 무죄를 받았고 형사처벌 절차는 의혹 제기 약 9년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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