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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항문검사 부활에 대대적 봉쇄까지...올림픽 앞둔 중국의 호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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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계올림픽 앞두고 각종 강력 조치
①베이징시, 인권침해 논란 항문 검사도 재개
②경기장엔 '특정 그룹' 사람만 입장시킬 방침
③주요 지역 봉쇄·오염 배출 공장 가동 중단도
"방역 빌미로 통제 쉬워져...지나쳐" 비판
한국일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열하루 앞둔 24일 중국 베이징 시내 메인미디어센터(MMC) 앞을 보안요원이 지나고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이날부터 전 세계 취재진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MMC를 24시간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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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축제인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2월 4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맘때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마련인 개최국과 개최 도시는 준비에 만전을 다하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그런데 2020년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들뜬 분위기는 가라 앉고, 대회 준비 모습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차단이라는 숙제가 1순위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중국 역시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주요 지역 봉쇄와 올림픽 티켓 일반인 판매 금지에 이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켰던 항문검사까지 부활시킬 정도예요. 중국은 "안전한 올림픽 개최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살펴볼까요.

먼저 베이징시는 그동안 인권침해 논란 때문에 중단했던 코로나19 항문검사를 재개했어요. 영국 더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방역 통제센터는 주민 27명을 대상으로 항문 검체 채취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날은 베이징시에서 처음으로 주민 한 명이 델타변이보다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에 감염됐다고 당국이 밝힌 날입니다.

항문 검사는 면봉 끝을 항문에 3~5㎝ 삽입한 뒤 여러 번 돌려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입니다. 검사받는 사람이 하의를 벗은 상태에서 굴욕적으로 검사를 받아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시행한 겁니다.

중국의 항문검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2020년 상하이 등에서 코로나19 완치 퇴원자를 대상으로 항문 검사를 실시하다 중단했고, 지난해 초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베이징과 산둥성 칭다오 등 일부 도시들이 다시 도입했다고 합니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코로나19 항문검사를 마친 주민들이 펭귄처럼 엉덩이를 뒤로 뺀 채 뒤뚱거리며 걷는 영상이 올라와 "세상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검사"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코로나 검사" 등 비판적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 외교관과 일본인, 한국 교민이 중국 입국 과정에서 "항문 검사를 강요받았다"고 토로하면서 외교 마찰까지 빚어졌죠.

일부 전문가 항문 검사 효과 "회의적"

한국일보

지난해 1월 중국 허베이 스좌장에서 항문 검사를 받은 후 뒤뚱거리며 걷는 영상이 담긴 모습. 웨이보 캡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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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마찰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항문검사를 부활시킨 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호흡기보다 항문에 오래 남아 있기 때문에 항문검사가 기존의 검사법보다 정확성이 높다"(중국 국가보건위원회는)는 이유에섭니다.

실제로 강북삼성병원 연구진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변에서 평균 37일(27~41일) 잔존하는 것으로 나오네요.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환자의 코, 인두, 목구멍, 후두 등 상기도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데, 이후 몸에 들어와 혈액으로 퍼지거나 장으로 이동하고, 체내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바이러스는 대변에서도 검출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별개로 두더라도 항문 검사의 정확성과 효용성에는 전문가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소화기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래 남아있더라도 PCR 검사는 죽어 있는 바이러스도 양성 판정이 나올 수 있어 그것이 꼭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라고 보기 어렵다"며 "전염성이 있는 사람을 찾아 더 확산하지 않도록 격리하자는 검사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도 "바이러스는 소화기관이 아닌 상부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검사"(양잔취 우한대 병원체 생물학자)라는 반론이 나왔다는군요.

김 교수는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코로나 환자가 아예 없도록 하는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펴고 있어 항문검사까지 (무리하게) 하는 것 같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던 뉴질랜드·호주·베트남·대만 중에서도 항문검사를 실시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 걸 보면 중국이 유난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주요 지역 봉쇄에 글로벌 기업도 타격

한국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진 중국 산시성 시안 시내의 한 거리가 지난해 12월 23일 차량과 행인의 통행이 끊긴 채 거의 텅 비어 있다. 시안에는 전날부터 주민들의 외출 전면 금지, 열차와 국내선 비행기 운항 중단, 고속도로 폐쇄 등 도시 전체에 대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시안의 전면 봉쇄는 작년 우한, 올해 초 스자좡에 이어 중국에서 내려진 3번째 도시 봉쇄다. 시안(중국)=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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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조치는 더 있습니다. 중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데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치면서 주요 지역을 봉쇄했죠.

중국 산시성의 인구 1,300만 명 대도시인 시안은 지난달 9~22일 신규 확진자가 206명 나오자 22일부터 집 밖 외출과 도시 간 이동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가 처음 확인된 인구 1,100만 명 도시 우한을 봉쇄한 후 가장 크고 강력한 봉쇄 조치입니다. 봉쇄 이후에도 하루 확진자가 175명까지 늘어났다가 최근 한 자릿수로 줄어들자, 16일부터 가구당 1명씩 외출을 허용하며 봉쇄를 완화했어요.

이 때문에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은 일손 부족과 원자재 반입 어려움 등으로 단축 가동하다 26일 정상화했고,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D램 메모리 반도체 제품 생산에 타격을 받았어요.

이 밖에 올해 들어 허난성 위저우시(110만 명)와 안양시(550만 명) 등도 봉쇄됐고, 베이징에서 약 110km 떨어진 톈진(天津)에서는 8일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와 위험 지역 봉쇄 및 1,500만 시민 전수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톈진에 공장이 있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와 독일 폭스바겐 공장(톈진) 등 다른 글로벌 기업도 조업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봉쇄에 남의 집에, 마트에, 쇼핑몰에 갇혀

한국일보

갑작스러운 봉쇄 조치로 소개팅으로 만난 남성의 집에 갇혀 나흘을 함께 지냈다고 털어놓은 중국 여성과 남성에게서 대접받았다는 음식.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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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봉쇄된 지역에서는 별의별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30대 여성이 소개팅으로 만난 남성에게서 식사 초대를 받고 그 남성의 집에 방문했다 갑자기 봉쇄 조치가 내려져 나흘 동안 갇혀 지낸 사연이 영국 BBC에 보도되는가 하면, 장을 보다 마트에 갇히고, 대형 쇼핑몰이 갑자기 봉쇄돼 부모와 아이가 생이별 하기도 했다네요.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외출한 주민이 아예 외출하지 못하도록 집의 대문을 용접해버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는 "사전 통보 없이 바로 봉쇄하는 경우가 많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기본권 침해도 정당화할 수 있어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행히 올림픽이 코앞인 요즘 상황은 많이 개선됐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관계자는 "2, 3주 전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많이 나온 톈진은 27일 기준 확진자가 1명 나와 25개 구역은 봉쇄가 해제됐고, 안양시도 27일 확진자가 1명밖에 없어 외출 가능하다"면서도 "중국이 대외적으로 문제없다고 보여주기 위해 확진자 수를 축소해 발표했거나 언론을 통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사람만 경기장 입장... 공장 가동 중단도

한국일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이 처음으로 종합 우승한 내용을 분석한 2008년 8월 25일자 한국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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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코로나19 방역과는 별도로 베이징 주변 수도권 공장들의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조치도 예고했어요.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탁한 공기와 뿌연 하늘로 유명한 베이징시에서도 올림픽 기간만큼은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데요. 중국은 2008년 여름올림픽 때도 베이징과 근교의 오염원 배출 공장 폐쇄와 승용차 홀짝 운행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코트라 관계자는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겨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현지 우리나라 기업의 공장들도 몇 달 전부터 대응팀을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로 올림픽 기간에는 평소 보기 어려운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올림픽 블루'라는 말도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 관객의 올림픽 관람 불가 결정을 내린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최근 "'특정 그룹' 사람들에게 표를 나눠주고 일반인에게는 표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내놨어요.

경기장에 '특정' 사람들만 들여보내겠다는 건데, '특정 그룹'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얼마나 들여보낼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강준영 교수는 "아마도 당과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직원들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어요.

이렇게 된다면 아예 무관중 경기로 올림픽을 치른 2020도쿄 하계올림픽과는 다른 조치입니다. 아마도 홈그라운드 이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때도 열광적인 응원과 홈 이점을 살려 금 48개를 따내, 전통의 스포츠 강국인 미국(금 36)과 러시아(금 22개)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사상 처음으로 종합 우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용해 통제 쉬워져... 미국 압박도 견딘다"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방문해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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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처럼 유별나거나 강도 높은 정책을 펼치는 건 여러가지 포석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견해입니다. 강준영 교수는 "지난해 공산당이 시진핑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한 뒤 맞는 첫 국제행사가 올림픽"이라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국내적으로는 국민에게 '제로 코로나 정책'의 성과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대외적으로는 인권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배제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압박도 견뎌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특히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는 개막을 나흘 앞두고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차량 폭탄테러로 32명의 사상자 발생한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중국 전역의 경계가 강화돼 천안문 광장 출입을 통제하고 여러 명이 모이는 것도 금지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를 이용해 통제하기 더욱 쉬워졌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가을까지 강력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옵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중국의 연례 중요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최되고,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가을에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제20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당대회)가 열려서죠.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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