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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없어요” 연휴 첫날, 서울 시내 약국서 진단 키트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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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자가 검사 키트 품절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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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고향 방문을 앞둔 직장인 이모(33)씨는 29일 오전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를 사기 위해 마포구 인근 약국 5군데를 돌았지만 실패했다. 이씨는 “고향에 계신 친척 어르신들이 고령인데다가 조카들이 어려 미리 검사를 받으려 했는데 찝찝한 마음”이라며 “코로나 초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을 전전하던 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 첫날부터 서울 시내 일부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진단 키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선별진료소에서 자가 진단 키트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약국에 공급되는 진단 키트 양이 줄어든데다 미리 구매해두자는 시민들의 심리가 겹치면서 일부 약국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약사들은 “오늘 하루에만 손님을 수십명 돌려보냈다” “공급업체에 주문을 넣었는데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오모(37)씨는 “재고가 하나도 남은 게 없어 손님들을 그대로 돌려보내고 있다”며 “공급업체 말로는 보건소와 병원에 우선 공급돼 당분간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하더라. 약국에는 언제들어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사원들이 많은 강남 지역은 전날부터 품귀 현상이 이어졌다. 강남역 인근 한 약국의 약사는 “근처 회사에서 연휴 끝나고 직원들 대상으로 검사를 받게 하겠다며 이번주부터 여러 개 업체에서 100개씩 사갔다”며 “물량이 없어서 오는 손님들을 다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의 약사 손모(50)씨는 “하루에 ‘진단 키트 있냐'는 문의 전화만 수십통 받고 있는데 재고가 없다”며 “사입가가 기존 7000원에서 500원이 올랐는데도 이마저도 품절이 돼 주문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진단 키트는 자취를 감췄다. 개당 4000원 가량 했던 키트는 현재 개당 8000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이마저도 품절된 곳이 많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 불안해 2~3일에 한번씩 셀프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직장인 박모(32)씨는 “지난달 20개를 주문했던 곳에서 재주문을 하려고 봤더니 4월 이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진단 키트 품귀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지난 28일 일부 판매처에 따라 구매에 어려움을 겪을 순 있지만 현재 자가 진단 키트 750만개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공급 대란까진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약사는 “정부에서 한번에 사들이면서 일반 약국의 물량은 끊겨버린 상황”이라며 “차라리 코로나 초기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던 것처럼 정부가 물량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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