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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할아버지 약 탓?…발리예바, 도핑 약물 200배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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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금지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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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직전 금지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피겨 스케이팅 여자 간판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의 도핑 샘플에서 검출된 금지약물의 농도가 타 선수에 비해 현격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도핑방지위원회(USADA) 위원장은 17일 CNN과 인터뷰에서 “발리예바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의도적으로 금지 약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가 1㎖당 2.1ng에 이른다. 다른 선수들의 샘플에서 볼 수 있는 농도의 200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기간 중 사용해 논란이 된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정상인이 사용할 경우 신체 활성도를 높이고 흥분 효과를 일으키며, 경기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때문에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운동선수가 사용할 수 없는 약물로 규정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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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 피겨 스케이터 카밀라 발리예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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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발리예바는 “심장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와 컵을 나눠쓰다보니 할아버지의 약물 성분 일부가 나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외신들은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 이외에 하이폭센, L-카르니틴 등 금지약물은 아니지만 경기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 함께 검출된 것을 들어 “의도적인 도핑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이거트 위원장은 “검출된 금지 약물의 농도(1㎖당 2.1ng)는 매일 꾸준히 같은 양을 복용해야만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잠깐의 실수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금지되지 않은 약물을 함께 복용한 것에서 피로도를 낮추고 지구력은 높이려는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군가가 발리예바에게 약물 복용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그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면서 “이제 16세에 불과한 어린 소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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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연기하는 발리예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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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채취한 발리예바의 샘플 검사 결과는 베이징올림픽 개막 이후 나흘이 흐른 지난 8일에 러시아도핑방지위원회(RUSADA)에 통보됐다. RUSADA가 이 사실을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통보했지만, 이미 발리예바는 하루 전인 7일 피겨 팀 이벤트 금메달을 확정 지은 상태였다.

즉각 ‘잠정적 선수자격 정지’ 조치를 내린 RUSADA의 결정에 대해 발리예바가 이의 제기했고, RUSADA는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IOC와 WADA, 국제빙상연맹(ISU)이 RUSADA의 결정 번복에 항의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는 지난 14일 긴급 청문회를 열고 “발리예바의 정식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경기 출전은 허용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도핑 양성 통보를 받은 시점이 늦어 선수 자신이 이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15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는 전체 1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전 세계 피겨스케이팅 관련 인사들이 “발리예바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게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입상할 경우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밝혀 ‘없는 선수’로 취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내 방송사 피겨 해설위원들도 발리예바의 연기 때 해설 없이 침묵하는 ‘해설 보이콧’을 하고 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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