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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디지털 성범죄 피해 청소년 "부모님 알까 두려워 영상 삭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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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피해자 '법정대리인 통지' 과정 탓 삭제 진행 못해

디지털 성범죄 수사 과정에 시간 오래 걸리는 문제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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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늘고 있으나 청소년의 피해 영상 삭제나 수사 과정에 여러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거나 부모님 등 법정대리인에게 수사 사실이 통지되는 점을 꺼려 피해 청소년이 삭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피해 영상물 유포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피해 영상 삭제와 함께 의뢰인의 동의를 받아 경찰 수사를 위한 증거 자료 수집도 진행한다. 하지만 영상 삭제나 증거 수집은 빠르게 이뤄지더라도 가해자를 잡기 위한 경찰 수사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발생해 빠른 삭제와 수사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수사 진행 사실이 부모님께 알려지는 것을 꺼려 삭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몸캠 피싱 피해 영상 삭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 ‘라바웨이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51명의 청소년 피해자들이 피해 영상 삭제를 위해 상담을 의뢰했으나, 실제 삭제를 받은 경우는 절반 이하다. 라바웨이브 관계자는 “미성년자 삭제 지원은 무료이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이 원인은 아니다”라며 “상당수의 청소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족, 특히 부모님께 알리는 것에 대해 강한 부담감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주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해자가 청소년인 경우 ‘범죄수사규칙 13조’로 인해 수사 사실이 주변인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경찰의 범죄수사규칙 13조는 ‘통지대상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 또는 가족(이하 “법정대리인 등”이라 한다)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통지대상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본인에게도 통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라바웨이브 관계자는 “영상 삭제 시 수사 절차를 함께 진행하도록 제안하고 있다”면서 “범죄수사규칙 13조 때문에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삭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모에게 알리더라도 삭제를 진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부모님이 해당 지원들을 소용없다고 판단하여 삭제 지원을 못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하는 게 의무는 아니지만, 수사규칙에 적혀있기 때문에 통지하는 걸 전제로 진행한다”면서 “사이버 성폭력 아동청소년 피해자들이 부모님께 통지된다는 게 걱정돼 신고를 진행하지 않거나 부모님과 함께 신고가 필요하다고 해서 혼자 진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 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사성 측은 “가족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청소년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면서 “법정대리인을 부모가 아닌 활동가나 변호사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수사규칙 수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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