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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8배 무상증자’ 노터스,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개미들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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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임모(63)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그는 바이오, 2차전지, 반도체 등의 업종 중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최근 8배 무상증자하겠다고 나선 노터스(278650)의 공시를 보고 이 기업 주식을 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주식 투자 경력이 짧지 않은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라며 “1주를 사면 8주를 준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고 공시가 나자마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봤는데 덜컥 겁이 났다. 지금이라도 매수해야 하는 거 아닌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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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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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배 무상증자에 나선 코스닥 상장기업 노터스 투자를 놓고 고민하는 주식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노터스는 제약·바이오 기업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설계와 데이터 관리, 품목허가 등을 대신하는 임상시험수탁 기관(CRO)이다. 바이오 기업 HLB(028300)가 18.04%(140만5648주)를, 계열회사인 HLB테라퓨틱스(115450)가 2.29%(17만8500주)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투자자들이 당황한 것은 이 회사가 지난 9일 오전 11시 23분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주요사항보고서’에 담긴 파격적 내용 때문이다. 노터스는 이날 오는 6월 2일 현재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 대해서 소유한 주식 1주에 신주 8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6월 2일 주주명부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2거래일 전인 오는 30일까지 이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한다. 지금까지 보통 1주당 1주 또는 1주 미만의 주식을 주는 무상증자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1주에 8주를 추가로 주겠다는 경우는 자본시장의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다.

31일이 되면 무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지는 권리락이 발생하고 늘어난 주식 수만큼 주가는 하향 조정된다. 상장주식 수가 9배가 늘어나기 때문에 권리락 이후 주가는 9분의 1로 하향 조정된다. 결국 1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무상증자로 9주를 갖게 된 투자자의 지분가치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나 무상증자 후 유통주식 수가 크게 늘면서 그동안 거래량이 적어 투자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해지며 주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 노터스 주가는 이미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급등했다. 지난 6일 3만9300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9일 무상증자 공시 후 급등해 지난 16일에는 6만5600원까지 상승했다. 6거래일 만에 66.9%(2만6300원)가 올라간 것이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노터스를 26만4100주를 순매수했다. 금액으로는 131억7700만원인데 이는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 중 9위다.

직장인 조모(40)씨는 “주식을 8주나 더 준다고 하길래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아 무상증자 공시가 난 후 주식을 매수했다”며 “지금은 주가가 너무 올라 무상증자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팔고 나갈까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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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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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무상증자의 효과로 주가가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무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기업 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상증자만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순혁 넥스테라투자일임 이사는 “무상증자를 한 기업 대부분은 증자 후 주가가 올랐다”며 “무상증자는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 효과뿐 아니라 배당 확대처럼 일종의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보면 되고 이렇게 기업이 주가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시장에 좋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도 “보통 무상증자는 1대 1에서 1대 3 정도로 하는데 1대 8로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현재 노터스의 자본금이 8억원에 불구하고 시총도 5300억원 정도로 낮은 점을 고려한 회사의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모회사인 HLB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간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효능을 확인했다는 발표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무상증자 후) 노터스도 이에 따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상증자가 자본금을 늘리고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드러내는 조치이고, HLB의 간암치료제 개발이 성공할 경우 자회사인 노터스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반면 양해정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상장주식 수)이 어느 정도 돼야 기업의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무상증자 후 주가가 반드시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며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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