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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태양광 연금 받아요"…풍력·태양광 주민 환영 이끌어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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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편집자주]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불가피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1차 관문은 산림훼손, 소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다. 국내 첫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주민들의 호응을 끌어낸 태백 가덕산풍력발전 사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수용성 강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MT리포트]韓 재생에너지, 주민 반대 이렇게 넘어라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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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14일 오후 동구주민행복센터에서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 주민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및 주민들이 발전소 백지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동구는 지난해 12월20일 송림동 8-344 일대 발전용량 39.6㎿급 수소발전소 설치를 위한 시설물 건축허가를 승인했다.2019.10.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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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발전사업을 하는 대기업 계열 A사는 몇년 전 공들이던 서해 모 지역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현장을 접어야 했다. 물론 입지를 바꿔 사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도 수차례 넘겼다. 해당 기업 고위관계자는 "풍력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소음문제를 풀기 위해 해상풍력으로 접근했던건데, 어민 보상 기준이 지자체와 기관마다 너무 다르고 복잡했다"고 회고했다.

대규모 풍력, 태양광 사업 위치는 '동네 사람들'이 정한다는 건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웃지 못할 상식이다. 효율이나 전력공급 최적화보다는 어느 지역이 더 격렬하게 반대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더 빨리 합의에 이르는지가 설비 위치와 공사 재개 시점을 정한다는거다.


반대 넘어 집단소송까지, 주민 탓 할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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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입지 선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통과의례나 다름없다. 경남 남해·사천·고성에선 지난 2월 어선 300여척이 참여한 해상시위가 벌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남도가 민간사업자들과 함께 추진 중인 1조6000억원 규모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막기 위해서다. 남해군의회는 아예 조상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바다 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남 신안에서는 같은 달 주민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지역에서 추진 중인 1850억원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를 중단하라는 거다. 공사로 인한 소음이나 분진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신안군이나 사업자가 의견수렴을 하지 않고 있다는게 소송의 이유다. 주민들은 염전 등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월에선 마대산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주민 반발에 가로막혔다. 풍력발전기 8기를 설치하는 사업인데, 비상대책위원회가 반대 서명부를 영월군에 전달했다. 이달 초로 예정됐던 사업설명회는 아예 파행됐다.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 서구에선 SK인천석유화학 공장 내 액화수소설비 신설을 놓고 지역 주민들이 '폭발'을 우려하며 지난 연말부터 부딪히고 있다. 수소를 액화하면 LNG(액화천연가스)보다 안전하다는게 사업자 측의 입장인데 설득이 안 된다. 시민단체들도 나서며 문제가 복잡해진다. 같은 인천 연수구에선 LNG 연료전지발전사업에 주민들이 제동을 걸었다. 주민 73%가 반대한다는 의견수렴 결과도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평생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역 주민들이다. 태양광 발전소를 위해 앞산을 깎아야 한다든지, 어장 위 까마득한 하늘에서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물고기를 쫓아내는 풍력발전기를 무작정 감내하라는건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정책과 맞물려 무리하게 시도된 신재생 투자도 적잖다. 큰 틀의 방향전환과 함께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일 정책적 보완도 필요하다.


주민참여형 발전 등 해법 찾아야..입지문제 정부 대행하는 행정적 상상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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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댐 수상태양광/사진=한화큐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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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먼저 대안을 찾고 있다. 주민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주민들을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태백풍력단지와 한화큐셀(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주도한 합천댐 태양광 등은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주민 참여로 반발을 누그러트렸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건 덤이다.

합천댐 수상태양광발전소는 국내 최대규모(41MW) 수상태양광이다. 주민들은 '태양광 연금'이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환영했던 건 아니다. 환경파괴와 경관훼손, 수상생태계와 식수원 오염 우려가 당연히 있었다. '타지 사람들이 내 고향을 망치고 돈을 벌어간다'는 우려를 잠재우는게 급선무였다. 인근 마을주민들이 투자수익을 받는 구조로 풀었다.

코오롱글로벌의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사업도 대표적 사례다. 주민들이 투자지분의 10%를 출자했다. 수익을 돌려주는 한편 지역 출신 직원을 고용하고 장학금도 지급했다.

민간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 정부가 특단의 행정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테스트단계라는 점을 인정하고 규제샌드박스를 늘려야 한다는 거다. 신재생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 정부가 풍력발전단지 입지선정을 대신해준다. 기본적 규제는 물론 주민들과의 지난한 줄다리기도 대신해주는 것이다.

한 신재생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입지규제 해소에 나서준다면 현실적으로 주민들은 보다 폭넓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기업도 정부 중재 하에 보상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선진국들이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라면 당장 보기에 무리가 있어 보여도 일단 시도해보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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