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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언스테이블 코인(unstable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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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3월 테슬라 차를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발표하곤 두 달 뒤 슬그머니 철회했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에 화석연료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란 핑계를 댔지만 실제 이유는 달랐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8만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연일 춤을 추니 도저히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없었다.

조선일보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서 한 고객이 최근 비트코인 차트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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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약점인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대개 달러를 준비금으로 쌓고 1대1 교환을 약속하고 발행한다. 보유한 금(金)만큼 화폐를 발행하는 금본위제와 비슷하다. 2019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가 “스테이블 코인 리브라(Libra)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해 세계 금융가를 뒤집어 놨다. 페이스북 사용자 23억명이 달러 대신 리브라를 쓸 경우 달러 헤게모니가 무너질 수도 있다. 곧바로 미 재무부가 ‘리브라 금지법’을 거론하며 제동을 걸었다. 저커버그의 ‘코인 반란’은 그렇게 제압됐다.

▶이후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절대 강자 없는 춘추전국 시대가 됐다. 달러뿐 아니라 비트코인 가치에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도 잇따라 등장했다. 아무 담보 없이 화폐 공급·수요량을 조절해 가격을 유지한다는 알고리즘 방식 코인도 등장했다. 이번에 가격 폭락 사태를 빚은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terra)도 알고리즘 방식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땅(terra)처럼 굳건할 것이라던 코인 가치는 하루아침에 99%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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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 반란’을 제압한 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대규모 환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제금융기구(FSB)는 “사용자가 많은 빅테크 기업이 코인을 발행하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 1대1로 연동된 테더(USDT)이다. 발행량이 800억개가 넘는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달러 준비금을 800억달러어치 갖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가상화폐 시장에선 테더가 주요 결제 수단 역할을 한다. 지난달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67%가 테더 결제로 이뤄졌다. 그런데 테라 사태 이후 테더의 ‘1달러 방어선’도 자주 무너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 의회가 스테이블 코인 발행 기관을 은행으로 한정하는 규제 법안을 서두르는 사정이 이해가 된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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