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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간호법 제정에 의사들 '집단휴진'불사…무슨내용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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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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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2022 국제 간호사의 날 결의대회에서 간호법 제정,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 기준 마련, 불법진료(의료) 근절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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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간호협회 관계자)

"지역사회 안에서 간호법을 통해 의료기관의 족쇄를 풀고 진료를 하겠다는 심산이다."(대한의사협회 관계자)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가장 쟁점이 됐던 간호사의 활동범위는 '진료보조'로 제한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간호사의 지역사회 활동'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쟁점이다. 의료계의 갈등으로 동네 병·의원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2000년 의약분업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 떼내…간호사 업무 범위·권리 및 처우 개선 등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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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2년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19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코로나19 치료 병동에서 간호사들이 확진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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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 내 만든 법이다. 방문건강관리·가정간호·노인장기요양·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등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현장에서 간호사가 담당하는 일은 늘어나는데 이를 통합해 관리할 법안이 없다는 현실에서 법안 제정이 추진됐다.

통합된 법안이 없어 학교보건법·산업안전보건법·노인장기요양보호법·아동복지법 등 현행 법령상 간호사의 업무로 정하거나 인력기준에 간호사가 명시된 법이 90여개에 달한다. 소관부처만 11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사의 권리 및 처우 등의 내용을 통합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가 초기에 가장 반대했던 지점은 간호법이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였다. '간호사가 단독으로 진료하기 위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연숙·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돼 지난 9일 법안소위를 통과한 간호법 대안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수정됐다.

여기에 원안에 포함됐던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및 3년마다 실태조사 실시, 간호업무 관련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의료기관 책무 규정,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 등도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면서 삭제됐다. 의사단체가 반대했던 내용이었다.


'지역활동' 쟁점 ...의협 "서비스 질 담보 어려워"vs 간호사협 "이미 지역사회 활동 중"

업무 범무 범위 등에 대해서는 타협점이 마련됐지만 간호사의 지역활동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쟁점이다. 간호법 대안은 제 1조 (목적)에서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간호법이 '지역사회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날 의료 수요에 있어 간호사와 의사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의사협회 등에서 반대하는 논리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간호법은 이제 방문간호와 같이 지역사회 간호 서비스도 다 하겠다는 취지"라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역 사회의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텐데 서비스 질의 관리도 어렵고 특정 직역이 단독으로 수행하면 의료법 상충 행위가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 사회가 어디까지인지 정의하기도 어렵고 단순 상처 치료만 봐도 욕창으로 이어질지 의사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에서 간호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의사의 진단을 지연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대한간호협회 등은 이미 간호사들은 장기요양기관, 학교·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현행 의료법이 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을뿐 이라고 주장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주민자치센터에는 독거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정을 돕기 위해 간호사들이 배치돼 있다"며 "그런데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간호사의 간호 관련 업무를 할 때 의료기관 내에서만 하게 돼 있어서 혈압이나 혈당 체크 같은 기본적인 바이탈 체크도 지역주민의 집에 방문해서 할수가 없다"고 했다.

간호사 단체에서는 장기요양기관, 학교·어린이집 등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간호사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21망3900명, 보건기관에 1만3880명, 장기요양기관에서 3310명의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고 학교에 8200명, 어린이집에 490명, 공무원(국가직, 지방직)으로 9190명의 간호사가 활동 중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너싱홈이라 부르는 노인전문요양시설의 경우 이미 촉탁의사 및 의료기관과 협력해 간호사들이 운영하는 곳이 전국에 600여개"라며 "의사의 감독에 따르고 있고 현실이 이미 징별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로 변하고 있는데 의료법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당장에 집단 휴진과 같은 강경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의견이 끝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집단휴진 등의 강경대응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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