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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尹출근길, 경찰의 충심"…서초구청, 제보자 보복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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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비밀엄수" 규정 내세워 압박…과거엔 국힘 공약만 점검, 공정성 잣대 '내로남불'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 걸려 있는 불법 현수막 중 민주노총의 게시물만 특정해 서초구청에 제거를 요청한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논란이 된 가운데, 보도 이후 구청이 대응에 나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됩니다. 내부 제보자 등을 상대로 '비밀엄수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압박하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앞서 구청에 제기된 '정당 편향성' 지적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내로남불' 비판이 제기됩니다.
노컷뉴스

서울 서초구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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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청. 연합뉴스
서초구청이 구청과 경찰 측의 '선택적 정의'를 지적한 내부 제보자 등을 상대로 '비밀엄수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택적 정의'란 앞서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 걸려 있는 불법 현수막 중 민주노총의 게시물만 콕 집어서 구청에 제거를 요청한 사실을 지칭한다. 이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이후 구청은 오히려 내부 제보자를 압박하며 여론 통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경찰 요청에 따라 현수막을 철거했다'는 제보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그럼에도 내부 논의와 토론 대신 '불법'으로 규정짓고 있어 "공익 제보 활동에 재갈부터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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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초구청 감사담당관 조사팀에서 서초구 직원들에게 내려보낸 공문.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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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초구청 감사담당관 조사팀에서 서초구 직원들에게 내려보낸 공문.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제공.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구청 감사담당관 조사팀은 전날 '공직기강 확립 특별 강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직원들에게 내려보냈다. 공문에는 '지방공무원법(제48조~제58조)' 1부와 '서초구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1부가 첨부돼 있었다.

공문에는 "최근 일부 언론에 우리구 관련 부정적인 사항이 보도되고 있으며 이 중 우리구 내부 메신저 화면 캡처 등이 근거자료로 사용된 바, 이는 '지방공무원법' 제52조(비밀엄수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로써 우리구의 이미지 훼손 및 직원 사기 저하 등이 우려되어 공직기강 확립에 대하여 지시하니 전 부서(동)장은 소속 직원 교육에 철저를 기하시기 바란다"라고 적혀 있었다.

내용상 구청은 지난 12일 CBS노컷뉴스의 보도 <[단독]"대통령 출근길 노조 현수막 떼라"…경찰의 재빠른 '충심'>를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첫 출근길에 서초경찰서 요청으로 구청이 여러 불법 현수막 중 민주노총이 게시한 현수막만 제거했다는 사실을 취재진이 구청 내부 메시지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 내용이다.

당시 경찰은 현수막 제거 요청의 명분으로 '불법'을 언급했지만,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게시물 역시 불법성으로 전해지면서 구청과 경찰의 '선택적 정의'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서초구청은 공문에서 구청 내부의 메신저 화면 캡처 등을 언론 등 외부에 유출한 행위가 공무원의 '비밀엄수의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엄수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또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도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 누설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관련 판례에서 "당해 사실이 일반에 알려질 경우 그러한 행정의 목적을 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이 비밀이라고 형식적으로 정한 것에 따를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정부나 국민의 이익 또는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비밀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이 객관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비춰 보면 '경찰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내부 메시지가 외부에 알려진 것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해별(해석과 분별)의 임선아 변호사는 "현수막 관련 행정업무는 옥외광고물을 관리해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 바, 경찰 요청에 따라 현수막 철거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더라도 현수막 관리 관련 행정기관의 기능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어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구청에서 준수하라고 강조한 '지방공무원법'과 '서초구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에는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차별 없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등 공정의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불공정하게 행정 업무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는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비밀엄수 의무만 강조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는 셈이다.

게다가 서초구청은 지난달 국민의힘 서초구청장 예비후보들의 공약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며 '실행계획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돼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서초구청장 권한대행인 천정욱 부구청장이 측근으로 분류되는 7명의 여성 팀·과장에게 유리한 보직을 몰아주고 있다는 '7선녀 인사전횡'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내부적으로 '불공정'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박성열 본부장은 "제보자는 선택적으로 특정 현수막만 떼라는 지시를 받아 문제가 있다고 양심적으로 느껴 제보를 했을 것"이라며 "업무적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구 차원에서 개선하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서초구는 오히려 망신 당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개인을 탄압하는 등 기강을 잡으려고 한다. 후진적인 행정 처리"라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이번 공문이 감사실 조사팀에서 나온 건데 이곳은 직접 조사하고 징계를 내리는 등 공무원 신변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게는 엄청난 위협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이자 공익 제보 활동을 침체시키려는 기관의 횡포"라고 반발했다.

한편 서초구청 홍보팀 관계자는 "절대 제보자를 압박한다거나 색출, 보복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구청 내부 메시지가 외부로 유출되다 보면 추후 확정되지 않은 검토 단계에서의 행정 내용이나 주민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내용 등도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환기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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