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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러시아 상황 더 나빠지고 있다"…러 국영TV에서 직격탄 날린 퇴역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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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사전문가, 국영 TV 출연해 자국 전황 불리 진술
"승리는 동원 방식 아닌 병사들의 싸울 의지에 달려"
"러시아 지정학적으로 고립...전 세계가 반대해"
한국일보

16일 러시아 국영 TV방송인 '로시야-1'의 토크쇼 '60분'에 출연한 미하일 호다료녹 전 러시아군 대령.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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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퇴역 군인이 국영TV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서) 우리의 상황은 분명히 더 나빠지고 있으며 러시아는 고립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3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일체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는데, 사실상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이 국영TV에서 흘러나온 점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미하일 호다료녹 전 대령은 전날 밤 국영 ‘로시야-1’의 인기 토크쇼 ‘60분’에 출연해 “솔직히 말하면 상황이 분명히 악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100만 명을 무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들은 정규군이 아닌 징집병이어서 전력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조국을 지키겠다는 열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다”며 “전장에서의 승리는 동원 방식이 아니라 병사들의 싸울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 의지가 강한 상태에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더 많은 군사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꺾였다는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는데, 이 같은 ‘정보 진정제’를 마셔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대응에도 그는 “핀란드를 향해 미사일을 휘두르는 것은 우스꽝스러울 뿐”이라며 “상황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다료녹 전 대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지정학적으로 완전히 고립돼 있고,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전 세계가 우리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군사적, 정치적, 기술적 자원이 제한적이고, 42개국이 연합해 우리를 반대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의 비판 발언에 토크쇼에 함께 출연한 나머지 4명은 충격을 받은 듯 일제히 침묵했다. 영국 BBC는 “인쇄물이 아닌 국영TV 토크쇼에 직접 출연해 전쟁과 관련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며 “러시아 내부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다료녹 전 대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언론 기고를 통해 “러시아군 누구도 우크라이나의 소금과 꽃, 빵을 받을 순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이웃국가들의 증오가 과소평가돼 있다”고 침공을 반대했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대응이 결코 러시아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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