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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윤 대통령께 모델료 드리고 싶어…반드시 고마움 갚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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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바이네르 본사에서 만난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구입한 컴포트화와 동일한 라인의 신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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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직영점 대다수가 문을 닫았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대통령이 다녀갔단 소식에 주말부터 제품 주문이 빗발쳐요. 취임 후 첫 주말 나들이에 중소기업 제품을 사주실 줄 누가 상상이나 했습니까."

지난 18일 경기 고양시 바이네르 본사. 국내 컴포트화 1위 업체인 바이네르의 김원길 대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들러 바이네르 컴포트화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방문 알림 등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진 일이었다.

윤 대통령이 사서 신은 이 신발은 김 여사가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말 내내 바이네르 공식 홈페이지는 마비되고 다수의 상품이 품절 사태를 빚었다. 주말 전보다 판매량은 2배 이상 늘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끈이나 장식이 없는 로퍼 형태의 민무늬 컴포트화를 정가인 27만9000원에서 30% 할인된 19만원대에 구입했다. 김 대표 역시 이 신발을 신고 있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께 모델료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직접 모델료를 드릴 수 없으니 봉사활동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꼭 보답하겠다. 혼자 이 행운을 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자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 부이사장, 월드투게더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주변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도 엄청나게 받았다. '좋은 일 많이 하더니 복 받았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이번에 제 등을 두드려 줬지만 결국 많은 기업인에게 힘을 실어준 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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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주말인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한 뒤 자택 인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아 신발 구매에 나선 모습. 독자제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바이네르는 지난 1961년 바이네르 드 피에트리 창업자가 선보인 이탈리아 수제화 브랜드다. 47년 동안 수제화를 만들어온 구두 기능공 메달리스트 출신인 김 대표가 자사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1996년부터 바이네르 수제화를 수입해오다 2011년 바이네르를 인수했다.

김 대표는 모카신공법(한 장의 가죽으로 발바닥부터 발등까지 감싸는 신발제조기술)을 구두에 접목한 선구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바이네르 인수 전부터 창업자가 한 푼의 로열티 없이 한국에서 제가 만든 구두에 바이네르 이름을 쓰게 해줬을 정도로 저와 제 제품을 신뢰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바이네르 본사가 어려움을 겪고 창업주가 별세해 회계사인 아들이 회사를 맡게 되면서 장인정신을 이어가고자 바이네르를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력엔 자신 있는 바이네르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매출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한 해 500억원 수준이던 연 매출이 2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하루 매출이 0원인 매장이 속출하면서 김 대표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까지 해약했을 정도로 고군분투했다. 이 와중에 직영점 위주로 점포를 줄여가면서 대리점 피해를 최소화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중소기업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회사 인원도 절반이 줄었다"며 "퇴사 직원에게 회사 사정을 말할 때까지 100일을 속으로 앓았다. 직원이 적은 회사가 부러웠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회사 앞에 천막을 쳐서 특판에 나섰을 정도로 실적 개선에만 몰두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평소 여성화 매출 비중이 80%이지만, 이번 윤 대통령의 남성화 구매로 남성화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밤새 추가적인 기술개발과 생산라인 확장에 매달려 벌써 '업그레이드 버전' 윤 대통령 구두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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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네르 본사 연구실 전경 [사진 = 배윤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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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우리 신발은 신어봐야 안다. 정말 편하다. 모든 구두를 직접 신어 테스트 해보는데 굳은살 하나 없다"며 직접 맨발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다음주 윤 대통령을 만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도하는 중소기업인대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오는 25일 개최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리는 첫 경제 단체 행사다. 이 자리엔 중소기업 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도 참석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힘을 싣는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중소기업 신발을 하나 사 신으니까 세상이 떠들썩했다. 중소기업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기업하는 사람이 일할 맛이 나야 사업이 잘 되고 세금을 더 내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장인정신을 내세운 100년 기업을 만들 수 있게 정부가 기업인 교육을 해줬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께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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