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직장 내 성희롱 신고하니 83% 보복 "투명인간 취급 받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사람 10명 중 9명은 '피해자 보호' 등 법적 의무사항을 보장받지 못하고, 8명은 신고를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접수로 제보된 직장 내 성희롱 사례 205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을 신고한 직장인의 90%는 법적 의무사항(즉시 조사·피해자 보호·가해자 징계·불리한 처우 금지·비밀누설 금지) 위반을 경험했고, 83%는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

성희롱 유형을 보면 언어적 성희롱이 156건(76.1%·이하 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성희롱 89건(43.4%), 시각적 성희롱 13건(6.3%)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는 상급자가 132건(64.4%) 사용자 53건(25.9%)로 전체의 90.2%가 직장에서 위력 관계를 가진 상급자였다.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는 162건(79%)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는 가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병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채용과 고용상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 119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 센터'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고용상 성차별 신고 건수는 542건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나간 회수는 0건이었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메일 접수로 제보된 직장 내 성희롱 사례 205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2022.05.19 filter@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직장에서 성차별·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들이 나와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성차별 피해자 이모 씨는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그만두라는 제안을 먼저 받았고, 대체 근무자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을 내세워 한 달 여가량 단축근무를 하고 출산 전날까지 출근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는 중에도 업무를 맡아달라는 연락과 이제 퇴사를 고려함이 어떻냐는 언행불일치가 있었다"며 "하소연할 곳도 없고 복잡한 절차 속에서 직장 여성들은 경력단절이 당연시 될 수 밖에 없고, 출산율이 바닥을 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성희롱 피해자라고 소개한 이모씨는 "지난해 초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해당 사실을 회사에 신고했으나 업무배제, 차별 대우 등을 겪고 있다"며 "신고를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회사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렵게 수집한 자료를 모두 제출하고 조사도 성실히 임했지만 노동청은 저의 진정사건 조사를 1년 가까이 끌었고, 담당 근로감독관은 제가 상사에게 당한 성추행과 그 사실을 신고한 이후 회사에서 이뤄진 온갖 불이익 조치에 대해 전부 위반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강은희 변호사는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신고에도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올해 3월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는 2126건이었지만 행정종결·과태료 부과까지 나아간 사례는 411건에 불과하다"며 "신고를 해도 실질 조치가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부터 남녀고용평등법과 노동위원회법 개정으로 고용상 성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에 댛나 정부 조치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모집·채용·임금·정년·퇴직·해고 등 고용과 관련해 성차별을 당한 노동자는 전국 13개 지방노동위원히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메일 접수로 제보된 직장 내 성희롱 사례 205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2022.05.19 filter@newspi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도 같은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지방노동위원회는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차별시정위원회 심문 회의를 개최하고 차별이 인정되면 사업주에게 시정을 명령한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확정된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종수 노무사는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자 묵인하거나 오히려 보복하는 사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업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임금에서의 차별이 있는 경우 역시 수많은 제보를 받았다"며 "개정 시행되는 고용평등법을 통해 성차별적인 직장 문화가 변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filter@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