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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법 "위장결혼 통한 국적취득·여권 발급 무효"… 조선족 징역형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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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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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위장 결혼을 통한 국적 취득이나 이를 바탕으로 발급받은 여권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불실기재여권행사,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여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중국 흑룡강성 영안시에서 태어난 A씨는 1981년 조선족 B씨와 결혼해 쌍둥이 딸까지 낳았으면서도 한국인과 위장 결혼을 한 뒤 우리나라에 입국해 취업을 하기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 혼인 여부 등을 모두 바꿔 신분을 세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1995년 중국 흑룡강성에서 성명불상의 '브로커'를 통해 C라는 가짜 이름으로 중국 '호구부(과거 한국의 호적. 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든 뒤 여권까지 발급받았다.

그리고 1995년 10월 9일 한국인 D씨와 위장 결혼을 하는 수법으로 같은 해 12월 말 한국에 입국한 뒤 이듬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이후 C라는 이름의 한국인 행세를 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A씨는 2011년 1월 17일 외교통상부 여권과를 찾아 담당 공무원에게 신분 세탁을 한 가짜 이름과 생년월일 등 허위 정보가 적힌 여권신청서를 제출, 대한민국여권을 발급받았다.

A씨는 또 2012년 12월 12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강북구청에서 중국인 남편 B씨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찾아가 혼인신청서에 자신이 중국 호구부에 등록한 가짜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 제출했다.

또 자신의 부모 이름을 적는 곳에 아무런 친족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기입했다. 친족을 빙자해 한국으로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런 사정을 모르는 구청 직원은 A씨가 서류에 적어 제출한 내용을 그대로 공전자기록인 가족관계등록정보시스템에 입력했다. 검찰은 이 같은 A씨의 행위에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리고 A씨는 2013년 12월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심사장에서 중국 정부가 발행한 유효한 여권 없이 신분 세탁을 통해 가짜 이름으로 발급받은 대한민국 여권을 출국심사 담당공무원에게 제시하고 출국하는 등 2017년 10월 16일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무단 출국했고, 2013년 12월 24일부터 2017년 10월 18일까지 모두 12번 가짜 이름으로 발급받은 대한민국 여권을 갖고 국내로 무단 입국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불실기재여권행사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한민국에서 허위 국적을 취득한 후 20년 넘게 별 문제 없이 생활해 온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 범죄를 비롯해 허위 국적취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범죄는 국내외적으로 다른 범죄와 연관될 수 있고 국내 법질서를 교란할 수 있어 그 예방적 측면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범죄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더구나 이 사건 범죄사실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피고인은 허위 국적취득 후 초청형식으로 친척도 아닌 검증되지 않은 중국인들을 국내로 들어올 수 있게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위를 떠나 20년 넘게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활했으므로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선고유예 등의 선처를 바라고 있지만, 피고인은 중국에서 교사활동을 하는 등 40여년간 생활했고 최근까지도 중국 본명인 A라는 이름으로 중국정부로부터 연금까지 받아 생활한 점, 피고인의 배우자는 현재 중국 국적이고 역시 중국 국적인 자녀 2명도 결혼한 후 일본에서 거주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허위 국적을 취득한 피고인이 오로지 대한민국을 기반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뒤 2심에서 자신에겐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거나 자신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C라는 명의로 국적을 인정받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으므로, C라는 신분을 사용하는 것에 관해 대한민국 법체계에 의한 법적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믿은 상태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허위라는 것에 대한 고의가 없었고,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기반으로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한 만큼 회통념상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행위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A씨의 상고로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먼저 위장 결혼으로 인한 국적 취득의 효력과 불실기재여권행사죄, 출입국관리법 위반죄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구 국적법 제3조 1호는 대한민국 국적의 법정 취득 사유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해당하려면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혼인한 배우자로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 즉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외국인 여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해 취업 등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와 사이에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위와 같은 혼인의 합의가 없다면 구 국적법 제3조 1호에서 정한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된 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는데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인적 사항을 기재해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한 경우에는 불실의 사실이 기재된 여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외국인으로서 유효한 여권 없이 출입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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