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단식중단 기자회견을 하던 중 힘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SPC 그룹의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며 돌입한 단식을 53일 만에 멈췄다. 임 지회장은 19일 “단식은 중단하지만 시민단체와 ‘투쟁 2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임 지회장은 지난 3월28일부터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 중단,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의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SPC 그룹은 국내 제빵업계 선두주자로 꼽힌다.

SPC는 복수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진을 차별하고,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하거나 민주노총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지난 2월 노조파괴 혐의로 피비파트너즈 관리자 등 9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피비파트너즈는 SPC 그룹 계열 자회사로 2018년 세워졌다. 노동부로부터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사 5000여명에 대한 불법파견 사실이 적발되면서다. SPC 그룹은 수 백억원의 과태료를 내는 대신 이듬해 노조와 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해 피비파트너즈를 세웠고, 5000여명을 직고용 했다.

지난해 피비파트너즈는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하는 등 등 연봉과 복리 후생을 파리바게뜨와 동일 수준으로 향상했다”고 밝혔다. SPC 그룹 측도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사회적 합의 내용들은 충실히 이행됐고, 이를 통해 당사와 가맹점주는 제빵기사들에게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다. 관련 자료는 노조 측에 제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회사의 일방적인 ‘셀프’ 선언으로, 사측은 파리바게뜨와 실제 비교한 연차별 임금 체계나 직책 수당 등 자료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는 노조가 많게는 750명에 달했는데 현재 210명으로 줄어든 원인이 회사의 ‘부당한 종용’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회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 소속 본부장 등이 현장관리자들을 동원해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 압박을 넣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관리자들이 각자 탈퇴시킬 인원을 배당받고 이를 이행하면 돈을 받는 식이었다.

▶관련기사:[단독]“노조원 탈퇴시키면 두당 5만원씩 지급” 파리바게뜨 전직 관리자 폭로

승진에서 특정 노조 조합원을 차별했다는 판정도 나왔다. 고용부 소속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월24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3일 사측의 승진차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지난해 파리바게뜨 전체 진급자 956명 중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24명(2.5%)에 불과했다. 임 지회장이 “2017년 노조를 만들고 회사를 상대하면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다. 더 이상 우리 조합원을 괴롭히지 못하게 단식농성에 나선다”고 선언했던 배경이다.

임 지회장은 이날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만하라는 만류에도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는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고, 단식이 끝나면 관심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며 “70여개 시민단체들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으로 결집했고, 시민들도 함께 할테니 살아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이야기 해주셔서 연대의 힘을 믿고 투쟁하려 한다”고 했다.

앞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파바시민대책위, 화섬식품노조 등은 전날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 열었다. 이들은 “5년간 지속돼온 노조탄압과 인권유린에 한발 물러서 있던 시민사회는 더 이상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고통 외면하고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SPC가 노동자를 존중할 때까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때까지 불매를 포함한 저항에 함께 하겠다. 저녁 촛불집회에도 적극 결합하겠다”고 했다. 화섬식품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날부터 릴레이 단식을 이어갈 계획이다.

SPC 그룹 측은 “노조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고, 특정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 행위도 없었다”며 “조사 중인 건들은 절차에 따라 소명을 진행 중이고, 추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