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왕이, 쿼드 거론하며 “일본 그릇된 길 가지 말라” 직격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일 외교 화상회담 신경전]

미국 주도 협력체 쿼드 불쾌

“미.일 중국 주권.안전 해쳐선 안돼”

일 외무상, 중국 민감한 대만 언급

“대만 해협 평화.안정 중요” 견제구


한겨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8일 베이징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을 위해 불 속에서 밤을 줍지 말고,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그릇된 길을 가지 말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둔 18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한 화상 회담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발 벗고 나선 일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을 ‘남’으로, 중국을 ‘이웃’으로 칭하면서, 미국을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해 피해를 주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왕 부장은 하야시 외무상에게 일체의 ‘외교적 수사’를 배제한 채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가 참여하는 미국 주도의 안보 협력체 쿼드(Quad)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 지도자가 출발하기 전부터 미·일이 손을 잡고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는 논조가 분분하다”고 비판했다. 또 “미-일의 협력은 진영 대결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며 중국의 주권·안전·발전 이익에 해를 끼쳐서는 더욱 안 된다”며 “일본이 역사의 교훈을 배워 지역 평화와 안정을 중점에 두고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일 외교장관의 접촉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왕 부장은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방해 요소를 즉시 없애야 한다”며 “최근 일본에서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해 부정적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일부 정치 세력은 중국을 비방하고 상호 신뢰를 훼손해 양국 관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중국이 ‘핵심 이익’ 가운데 핵심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4월 정상회담에서 52년 만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23일로 예고된 이번 회담에선 그보다 수위가 더 올라간 “중국이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행동에 대해 ‘억제’(deter)하고 ‘대처’(respond)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왕 부장이 겨냥한 ‘일부 정치 세력’이란 지난해부터 대만 사태를 일본의 유사사태로 생각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온 아베 신조 전 총리인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의 이날 발언은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통화 때보다 강도가 훨씬 세진 것이다. 당시 왕 부장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려는 한국에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힘을 합쳐 군사·경제 양쪽 모두에서 대중 견제에 나선 일본과 달리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온 한국에 대해선 톤을 낮춰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한겨레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왼쪽)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AFP 연합뉴스


일본도 굴하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하야시 외무상은 미-중 전략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꼬집어가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명확히 위반한 것”이라며 “중국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중의 외교·안보 사령탑 역시 전화 회담을 통해 서로를 견제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8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사리사욕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떤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쿼드와 인·태 경제프레임워크를 주도하는 미국에 직접 쓴소리를 했다. 미 백악관도 자료를 내어 두 사람이 지난 3월14일 로마 회담에 이어 “지역 안보 이슈와 비핵화에 대해 초점을 맞췄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과 미-중 관계의 특정한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둘 사이에 오간 대화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베이징 도쿄/최현준 김소연 특파원 haojune@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