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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출범 1년 LX 구본준號…LG 의존도 낮추고 반도체 꿈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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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서 독립 후 승승장구…매그나칩·텔레칩스 등으로 반도체 사업 확장 노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이달 창립 1주년을 맞아 공격 경영에 고삐를 죈다.

지난해 LG그룹에서 독립해 '홀로서기'를 시작한 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이 과거 못다 이룬 반도체 꿈을 이루기 위해 LX세미콘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키워나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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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LX홀딩스]



19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이 시스템반도체 기업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나선다.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은 최근 매그나칩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그나칩반도체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2004년 10월 메모리 반도체 집중을 위해 비메모리 부문을 정리하면서 분사한 업체다. 이후 미국 시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된 후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난해 중국계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14억 달러(한화 약 1조7천억원)을 투입해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타진했지만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끝내 무산됐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과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가 주력 사업이다. 특히 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DI 분야는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2위다.

LX그룹이 이처럼 나선 것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LX세미콘의 DDI 점유율은 세계 3위 수준이다.

또 재계에선 구 회장이 과거 못다 이룬 반도체 꿈을 LX세미콘을 통해 펼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했다. 실제로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꾸릴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애착이 크다. 앞서 지난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LG반도체 대표 등을 역임한 구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5대 그룹 빅딜 과정에서 당시 대표로 있을 때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넘긴 과거가 있다. 당시 구 회장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반도체 사업을 접게 돼 상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LG 시절부터 미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구 회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LX 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무관치 않다. 토종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텔레칩스에 LX세미콘이 지분을 최근 투자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LX세미콘은 267억원을 투자해 텔레칩스 지분 10.93%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지난해 5월 LX그룹으로 편입된 후 진행된 첫 팹리스 지분 투자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의 시스템온칩(SoC) 부문 매출은 작년 기준 약 2천200억원 규모로 전사의 약 12%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디스플레이향으로 집중돼 있었다"며 "LX세미콘과 텔레칩스의 협업은 제품 다변화를 통한 LX세미콘의 SoC 사업 확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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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사진=LX세미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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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은 반도체 외에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X그룹 주력 계열사인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지난 3월 '한글라스'로 알려진 한국유리공업을 5천925억원에 인수했다. 또 지난달에는 국내 바이오매스(생물 연료) 발전소를 인수했다. LX판토스는 북미 지역 대형 물류회사 트래픽스에 311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은 LG그룹에 대한 LX그룹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한 몫했다. LX인터내셔널의 경우 전제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54%로, 대부분이 LG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LX세미콘도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태로, 1분기 내부거래 비중은 70%를 기록했다. 이 외에 LX판토스와 LX MMA는 각각 66%, 30%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LX그룹이 LG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낮추고자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려하는 듯 하다"며 "이에 따른 재무 부담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범 1년간 LX그룹이 달성한 성과는 일단 합격점이다. LX그룹의 별도 기준 자산 규모는 2020년 말 8조93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조374억원으로 24.0% 늘었다. 자산 총액 기준 국내 재계 40위권이다.

지난해 LX그룹 소속 계열사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8천99억원, 1조2천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2.3%, 영업이익은 212.8% 증가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6천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0.6% 증가했다. LX세미콘도 전년보다 292.4% 늘어난 3천696억원을 올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LX그룹이 내실 경영을 통해 자산과 영업흑자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LX그룹은 지난해 5월 출범했지만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 등 5개 계열사들은 여전히 LG그룹 계열사로 분류돼 있다. 이달 들어 LG그룹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신청서를 공식 제출한 상태다.

LX그룹 관계자는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우리 측에서 알기 어렵다"며 "공정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M&A 움직임은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각 계열사의 사업 다각화 및 견고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 "LG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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