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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회식·대면근무 괴로워요” 기다렸던 거리두기 해제인데···우울감 호소하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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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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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틀째인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앞에 회식용 대형룸 안비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관리하는 ‘엔데믹’ 체제가 시작되자 회식 등 모임 금지, 재택근무와 같은 거리 두기 방침을 해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상이 회복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오히려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개인 시간이 침해돼 생기는 우울감을 뜻하는 ‘엔데믹 블루’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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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관리하는 ‘엔데믹’ 체제로 전환되면서, 회식 등 모임 금지와 재택근무와 같은 거리두기 방침을 해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경향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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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회식과 야유회 등에 따른 부담을 호소했다. 특히 ‘새내기 직장인’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지난해 식품회사에 입사한 A씨는 19일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때 입사해 회사 사람들과의 사적모임이 거의 없었다”며 “최근 회식과 행사가 물밀듯 밀려들고 있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 만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 최모씨(26)는 “단합회 겸 체육대회를 2년 만에 연다고 해서 준비가 한창”이라며 “입사 이후에도 개인생활이 어느 정도 존중돼 만족도가 높았는데,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회식을 강요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전모씨(32)는 “예전엔 적당히 핑계를 대면 회식에 자유롭게 빠질 수 있었는데, 요즘은 ‘오랜만에 하는 회식인데 웬만하면 참석하라’는 지시가 따라온다”고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3월 3건이던 회식 갑질 관련 e메일 제보(신원 확인)가 4월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두 달 만에 11건 접수됐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도 ‘거리두기 해제되기 무섭게 회식 시작’ ‘코로나 끝나니 회식 부활하는 거 너무 싫다’ 등 늘어난 회식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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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해제된 이후 다시 저녁이 있는 삶이 찾아왔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공원 포장마차촌에 손님들이 붐비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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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나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살던 이들은 바뀐 일상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씨는 “거리 두기 해제와 실적 악화 등이 겹치면서 회사가 6월부터는 대면근무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다”며 “재택근무에 어느 정도 적응했고, 불필요한 야근이 줄어 좋았는데 이런 시절도 끝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B씨는 “왕복 3시간 넘는 ‘출퇴근 지옥’을 견딜 생각을 하면 매일 밤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이런 세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사적 모임이 제한돼 우울감을 겪는 사람이 증가했던 ‘코로나 블루’ 현상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블루’는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스트레스가 클수록 일상에 점진적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블루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 상황에 따른 우울감이 컸던 반면 엔데믹 블루는 사람이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차이가 있다”면서 “갑작스럽게 일상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천천히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동료나 주변 사람들도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충분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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