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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경제 버팀목 소비도 흔들…CEO 88% "경기침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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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지는 경기침체 공포 ◆

매일경제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위치한 타깃 매장에 쇼핑카트가 줄지어 서 있다.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저조한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타깃은 이날 주가가 24.9% 폭락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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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기업의 실적 악화에 미국 뉴욕증시가 얼어붙었다. 고물가가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경기 침체 경고음이 한층 커진 탓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불안감이 시장을 점령했다.

고물가로 인한 수요 둔화가 유통업체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타깃은 18일(현지시간) 1분기 순이익을 10억1000만달러(주당 2.16달러)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억달러(주당 4.17달러)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이례적으로 높은 비용으로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고 CNBC가 전했다.

또 다른 유통 공룡 월마트도 비용 부담으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전날 월마트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0억5000만달러(주당 0.74달러)로 지난해 27억3000만달러(주당 0.97달러)에 비해 24.8%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통·소매업체인 월마트와 타깃 등이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실적 경고를 한 것은 미국 경기가 침체에 임박했음을 알리는 비상벨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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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증시의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그랜섬은 이날 CNBC에 "주가가 현 수준에서 최저 2분의 1 이하로 폭락할 수 있다"며 "2000년 닷컴 버블 때와 마찬가지로 증시가 약세를 벗어나는 데는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980년대 일본의 거대 자산 버블과도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시장이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아트 캐신 UBS 이사는 CNBC에 "아직 증시의 바닥은 오지 않았다"며 "진짜 하락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건 호너먼 버던스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에 "소비자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닉 자쿠마키스 NEIRG 웰스 매니지먼트 창립자는 WSJ에 "인플레이션은 운송 측면이든, 공급망 차질 쪽이든 실적 보고서의 모든 부문을 강타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 급락을 향후 경기 침체의 예고로 받아들이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에 "어떤 시점에서 경기 침체가 있거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며 "향후 1~2년 사이 경기 침체 가능성은 30%"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경제 위축이 인플레이션 추세와 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예측이 가능했다"며 "반드시 침체가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면 1년 전보다는 매우 주의 깊게 (경제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WSJ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높은 식량·에너지 가격이 생산·소비를 억제하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스태그플레이션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베일리 FBB캐피털파트너스 리서치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소매업체를 통해 경기 침체가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분기 CEO 신뢰지수 조사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결과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88%가 미국에서 향후 스태그플레이션을 포함한 경기 침체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미국 기업 CEO 13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이뤄졌다.

미국의 가계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8ℓ)당 4.56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1.3%를 기록했다. 전날의 86.2%보다 높아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4.86포인트(18.62%) 급등한 30.96을 기록했다.

한편 19일 미 노동부는 5월 둘째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0만건을 상회했으며 올해 1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직전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3주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고용시장 회복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덕식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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