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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IT버블보다 심각"…美 '검은 수요일' 또 무너진 코스피 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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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8% 내린 2592.34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0.89% 내린 863.80, 달러당 원화가치는 11.1원 내린 1277.7원으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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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에 금융 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19일 원화 가치는 하루 만에 11.1원 하락했고, 코스피는 사흘 만에 다시 2600선을 내줬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미국 유통 기업의 실적 부진 속 1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검은 수요일'을 맞은 여파다. 코로나 사태 속 유동성이 만들어낸 거품(버블)이 2000년대 IT 버블 때보다 심각하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19일 원화가치는 자유 낙하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1.1원 내린 달러당 1277.7원에 거래를 마쳤다(환율 상승). 지난 12일(달러당 1288.6원)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던 원화값은 이후 4거래일 연속 오르며(환율 하락) 달러당 1260원선까지 회복했지만, 이날 다시 약세로 돌아서며 달러당 1280원 턱밑까지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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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증시에서 외국인은 주식을 내다 팔며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외국인은 이날 971억원 어치를 팔았다. 기관은 483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만 홀로 520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에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28% 하락한 2592.34에 장을 마쳤다. 사흘 만에 2600선을 다시 내줬다.

코스닥은 오전 한때 850선을 내주며 2% 이상 하락했지만 오후 낙폭을 줄이며 전날보다 0.89% 내린 863.80에 거래를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몸살을 앓았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1.89%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68%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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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과 아시아 증시가 흔들린 건 ‘검은 수요일’을 맞은 미국의 여파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3.57% 하락했다. S&P500 지수(-4.04%)와 나스닥(-4.73%)은 4% 넘게 급락했다. S&P50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020년 6월 11일(-5.89%)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 증시를 하락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 건 미국 유통 기업의 ‘어닝 쇼크’다. 이날 미국의 대형소매업체 ‘타겟’의 주가는 24.93% 급락했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당 순이익(2.19달러)이 시장 전망치(주당 3.07달러)를 하회하면서다. 실적 부진으로 월마트는 전날(-11%)에 이어 이날에도 주가가 6.8% 빠졌다. 아마존 주가도 7.16%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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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급망 병목 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유통 기업 실적 악화는 예상한 바다. 그럼에도 시장이 흔들린 건 소비자의 주머니가 얇아졌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필수소비재 기업의 이익 감소는 시장이 예상했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자 투자자들은 기업이 물가 상승세에 발맞춰 더는 가격 전가를 할 수 없을 만큼 소비 심리가 위축했다고 받아들이면서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당분간 긴축의 가속 페달을 세게 밟을 전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확실하게 내려갔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며 “그와 관련한 고통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공포에 시장이 발작을 이어가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2000년 ''IT 버블' 당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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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예측한 거물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버블은 표면적으로 기술주에 집중된 듯해 2000년 IT 버블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제공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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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예측한 거물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버블은 표면적으로 기술주에 집중된 듯해 2000년 IT 버블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그랜섬은 “2000년 버블 당시에는 미국 주식에만 거품이 끼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부동산과 채권, 에너지, 금속 등 모든 자산 가격이 부풀려졌다”며 “1980년대 일본의 거대 자산 버블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S&P500 지수가 전고점에서 최소 40%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S&P500 지수는 현재 전고점에서 18.6% 하락한 상태다.

국내 전문가도 미국 거품 붕괴 위험을 경고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IT 버블 때와 달리 현재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한 공급·수요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 악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예고한 대로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리면 미국 증시는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 모두 과거 평균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내년에 미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경기 침체 영향이 국내에는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 실적은 2분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밖에 자동차 등 주요 국내 기업의 실적 하방이 단단하다”고 분석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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