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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반윤에서 다시 친윤으로…검찰 흔드는 '코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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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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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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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주요 보직을 싹쓸이하자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인사는 ‘우병우 사단’ 좌천으로 시작해 ‘친윤석열(친윤) 중용→친윤 좌천→반윤 중용‘으로 이어졌는데,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인사는 ’반윤 좌천, 친윤 중용‘으로 이를 다시 뒤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를 정반대 방향으로 뒤집어 놓은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검찰 인사는 지난 정부와 가까운 ‘반윤’ 검사들의 퇴조, ‘친윤’ 검사의 재부상으로 요약된다. 윤석열 대통령, 한 장관과 가까운 검사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하거나 검찰의 주요 보직을 꿰찼다.

이들의 보직 이동 경로는 지난 5년 검찰 인사의 부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인 2017~2019년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파격 발탁하며 친윤 검사를 중용했다. 종전까지 검찰 간부 인사의 고려 요인이던 사법연수원 기수, 기획·공안·특수통 구분, 1년 주기 인사 등을 모두 무시했다. 검찰 인사 평정시스템보다는 검찰 실세인 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이후인 2020년 검찰 인사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주도한 친윤 검사들은 좌천되고, 정부와 코드가 맞는 반윤 검사들이 대거 중용됐다. 이런 인사 기조가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다. 검찰 내부 분열은 극심해졌다. 그러다 정권교체 뒤 처음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조국 수사’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 ‘공수교대’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지난 정부의 인사 물갈이가 방향만 바꿔 재현됐다는 것이다. A부장검사는 19일 “자기들 당한만큼 되로 갚은 것”이라고 했다. B부장검사는 “실력 위주의 인사를 하신다는데, 그들만 실력이 있느냐”고 했다. 권력과의 거리가 인사의 기준이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C부장검사는 “대통령 쪽 인맥이 전진배치된 것은 확실하다”며 “정상화라고 하는데 그건 보기에 따라 다른 것이고, 그냥 자기들 위주의 새판짜기”라고 했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반복되는 ‘코드 인사’로 검찰의 인사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직 사회에서는 인사가 유일한 보상 체계로 작동한다. 민간기업과 달리 일의 성과를 돈 대신 승진으로 보상받는다. 검찰의 D간부는 “공안이나 형사, 기획의 구분 없이 특수통들만 전진배치됐다”며 “이렇게 코드로만 인사를 하면 내부 사기가 어떻게 되겠느냐. 보상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2017년부터 이런 형태가 시작됐는데, 그 원죄는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했다.

‘검찰 독립을 지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무색하게 검찰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드 인사’는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 수사’를 낳고, 줄세우기와 충성경쟁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MBC PD수첩 사건 등을 기소해 무죄를 받은 검찰 지휘부를 영전으로 보상함으로써 검찰의 무리한 시국 사건 수사를 독려했다. 검사장 출신 E변호사는 “이번 인사는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던 사람들한테도 ‘줄을 서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전망도 밝지 않다. E변호사는 “남에게나 강골 특수통이지, 서로 형·동생하는 특수통끼리 형이 잘못한 걸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검찰총장 인선 전 속전속결로 단행된 이번 인사를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는 검찰총장과 외부위원의 의견을 듣는 검찰인사위원회 절차도 생략하고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논의하지 않고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자 ‘총장 패싱’이라며 반발했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이날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장관이 대통령 의중을 받아서 이런 인사를 했다는 점, 그 내용이 직접수사 강화 쪽으로 간다는 점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효상·이보라·허진무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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