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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명·송영길 ‘총리 인준’ 주장에… 민주, 자유투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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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인준 여부 오늘 의총서 입장 정리

여야가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등이 잇따라 신중론을 내놓으면서 ‘당론 부결’보다 자유 투표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 정부 ‘발목 잡기’로 비치면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일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19일 CBS라디오에서 한덕수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첫 출발하는 또 새로운 진영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점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내 강경파들에게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송영길 후보도 한 후보자 인준안을 처리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직접 뛰는 ‘선수’ 입장에서는 인준 부결 시 오히려 야당에 대한 심판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것을 거론하며 “협치와 신뢰의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무책임한 정략적 선택과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이제 한 후보자 본인이 그 결과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이 모든 상황은 자업자득,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를 맡은 강병원 의원은 이날 오전 동료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인준 반대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발목 잡기 프레임에 갇혀 한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면 대통령의 독주에 어떤 쓴소리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를 만들었다는 국민적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한쪽 손으로 악수를 하고 한쪽 손으로 뺨을 때리는 형국이라 많이 격앙돼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 초기에 정부가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배려하는 게 필요하지 않으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20일 열리는 의총에서 가부간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원내 관계자는 “부결로 지지층에 호소하든 가결로 중도층 설득에 나서든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의총에서 당론 부결 결정이 나올 경우 사실상 ‘인준안 처리’를 주문한 이재명 위원장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그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결론을 잠시 미루자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현 상황에서 갑자기 가결로 돌아서는 것도 쉽지 않고, 부결 시 정치적 부담도 너무 크다”며 “지방선거 이후로 표결을 미루는 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라디오에서 사견을 전제로 “의원총회 결의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본 후에 표결 일시를 결정해도 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 총리 인준을 위해 정 후보자를 먼저 낙마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후보자 인준안 처리 전까지는 아무런 추가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인사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를 낙마시키더라도 한 후보자 인준안 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정해선 안 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 후보자가 표결 전까지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자 인준안을)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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