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서촌의 미래]⑥서촌 작은 길 연결해 주변 상권 곳곳과 연결해야 -모종린 연세대 교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길·건축자원·문화자원 삼박자 갖춘 서촌
로컬브랜드 많지만…비즈니스 정체성은 모호
차 없는 거리·공원길만으로 사람 모으는 데 한계
중로 네트워크 만들어 거대한 문화지구 조성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골목길이 어떻게 동네를 풍부하게 만들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경제학을 통해 그 방법을 모색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골목길 경제학자'라고 부른다. 모 교수는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제정치경제, 세계화 등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전 세계 매력적인 도시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비결에 대해 궁리했다. 그리고 그 비밀 중 하나가 바로 골목길이라고 봤다. 그의 주장처럼 한국의 주요 관광지로 거론되는 홍대ㆍ가로수길ㆍ이태원은 모두 작은 골목길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역사를 교과서에 넣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할만큼 지역 역사와 경제를 강조해온 그가 생각하는 서촌은 어떤 경쟁력을 가진 동네일까. 18일 연세대 연구실에서 모 교수를 만나 서촌의 현재를 진단하고 서촌이 지속가능한 문화 지구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를 모색해봤다.

---골목길의 경쟁력은 사람이라고 '골목길 자본론'에서 언급했다. 서촌이라는 공간이 지닌 경쟁력은 무엇이고, 서촌에 터 잡고 있는 사람들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서촌, 우선 이름이 좋다. 서촌을 영문으로 번역하면 West Village(웨스트빌리지)다. 전 세계 웨스트빌리지로 불리는 곳은 상권이 매력적이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고급 주택지다. 미국 뉴욕의 웨스트빌리지가 그 대표적인 예다.
골목상권의 성공하려면 길, 건축자원, 문화자원 등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서촌은 길로 보면 크게 세종먹자골목, 대림미술관, 통인시장 인근 등 최소 5개 지역으로 나뉜다. 중로 중심의 격자형 구조로 길이 잘 나 있다. 두 번째 조건에 해당하는 건축자원도 훌륭하다. 한옥과 근대건물, 현대건물,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들이 오순도순 터 잡고 있다. 세 번째 성공 요소인 문화자원의 경우에도 서촌 안에는 수많은 공방, 미술관 등 문화자원이 풍부하다. 문화자원과 건축자원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 서촌만한 동네를 찾아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골목상권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가게들이다. 서촌에 자리 잡고 있는 가게들은 크리에이티브한 가게들이 많다. 식당만 해도 실험적인 식당,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가게들이 많다. 한마디로 로컬브랜드가 풍부하다.
아시아경제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촌스러움'을 보여주는 로컬브랜드들을 언급해달라.

▶대림미술관, 역사책방, 세종먹자골목, 서촌유희, 종로 구립 박노수미술관 등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앵커시설이라면 옥인오락실, 황두진 건축가 공방, 조병수 건축가 공방, 에디션 덴마크, 역사책방, 한식, 이탈리아 스페인 등 쉐프 중심의 크리에이티브한 식당 등은 서촌을 대표하는 로컬브랜드다. 앵커시설들이 그 동네에 공공재를 제공한다면 가게는 동네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결정한다. 삼청동과 서촌을 보자. 삼청동은 골목이 깊지 않고 대기업 브랜드, 화장품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가로 전락했다. 대기업 브랜드들이 치고 들어오면 젠트리피케이션(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이 다른 지역 중산층의 유입으로 또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 문제도 발생한다. 반면 서촌은 대규모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다. 동네 가게 중심으로 성장한 동네다. 투자로 인한 개발바람은 덜 불었을지 모르지만 안정적으로 동네가 성장했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여파도 덜하다. 모범적인 상권이다.

---로컬브랜드 육성을 쭉 강조해왔다. 서촌 로컬브랜드가 지향해야 하는 것과 서촌에서만이 구축할 수 있는 로컬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서촌다움이라는 것이 스타일면에서 더 명확해야 한다. 연희동 단독주택 문화는 주민생활문화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건축 자원 자체도 통일돼 있고 일관성 있다. 연희동에 가면 요리학원이 유독 많다. 서촌은 연희동만큼 주민 수가 많지 않고 예술가 콘텐츠 중심이다.
또 비즈니스 정체성이 없다. 홍대는 출판사, 제작사, 기획사, 디자이너 등 크리에이터들이 선호하고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 서촌은 예술가 빼고는 비즈니스 정체성이 없다. 서촌이 창조 문화지구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문화산업이 들어와야 한다. 서촌은 건축 자원이 풍부하니까 건축 스튜디오, 설계사무소, 디자인 사무소 등도 유망하고 새로운 유형의 문화산업인 패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시아경제

청와대 개방 후 첫 주말을 맞은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서울시는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른 보행량 급증에 청와대 개방 행사기간에 청와대 앞길(효자동분수대-춘추문)을 차 없는 거리로 시범 운영한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 이전으로 서촌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 것 같다.

▶청와대가 이전하고 난 뒤 그 공간이 어떻게 재탄생하느냐에 따라 서촌이 세계적인 문화 창조지구가 될 지, 주민 중심 문화지구가 될 지 두고 봐야 한다.

---서촌을 문화 창조도시로 육성하려면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가.

▶현대 창조 도시는 대형 단지가 아니라 격자형으로 계획된, 걷기 좋고 장사하기 좋은 동네에 들어선다. 서촌 도로환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보행환경이 좋은 2-4차선 가로를 중로라고 하면 광화문 지역에 필요한 중로 네트워크를 구상해봤다. 다른 중로에서는 차선을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고 교차로 환경을 개선하면 충분하다.

첫 번째, 청와대로를 상업 가로로 만들어 서촌과 삼청동을 통합해야 한다. 청와대로는 서촌과 삼청동을 연결하는 가로다. 이 가로가 없으면 두 상권이 연결되지 못한다. 서울시는 차없는 거리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차 없는 거리로 볼거리의 밀도와 우연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적절한 수준의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을 배치해 준상업 가로로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로 연결로 충분하지 않다면 현재 간선도로로 기능하는 자하문로를 차선을 줄이고 보행로를 넓혀 중로로 전환해야 한다. 세검정과 시내를 연결하는 도로는 새로 만들거나 자하문로를 지하화해야 한다. 유능한 건축가가 경복궁을 훼손하지 않고 서촌 자하문로10길과 삼청동 북촌로5길을 연결하는 동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직로 남쪽 중로인 사직로8길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광화문광장이 오픈하면 좋아지겠지만 지금은 미국대사관으로 넘어가는 길이 마땅치 않다. 서촌, 삼청동, 북촌, 계동을 동서로, 경복궁, 광화문, 청계천을 남북으로 통합한 거대한 문화지구를 조성할 수 있다. 중로 정비만으로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지역은 어떻게 조성해야 지속가능한 창조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까.

▶청와대 지역은 격자형 도시를 구축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지역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서촌과 삼청동 상권의 단절이다. 현재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청와대로에 적절한 수준의 문화 시설과 상업 시설을 배치해 서촌과 삼청동을 한 상권으로 통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청와대 집무실 이전 후 청와대 주변을 위한 골목길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차 없는 거리와 공원길 가지고는 사람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 청와대 인접한 빈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무작정 대형건물을 많이 지으면 동선이 뚝뚝 끊긴다. 청와대 춘추관 쪽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와 같은 랜드마크형 상업시설을 배치하면 어떨까. 청와대 개방이 최근 장안의 화제인데 청와대를 찾는 사람들이 단순히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접 상권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려면 상업시설을 넣어 동선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건물 하나를 헐고 미술관을 만드는 것도 아이디어다. 현대미술관에 테라로사 복합 문화공간이 들어가 시너지를 내듯 대형미술관과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있으면 청와대 북부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주변상권과의 연결성, 볼거리, 우연성이 갖춰지면 동네가 재미있어진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