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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서초동 총장실이 그대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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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총장실이 그대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가 말하는 것


한겨레21

2020년 2월13일 부산지검을 찾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뒤편(왼쪽)에서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이 웃고 있다. 이들은 2년 뒤 각각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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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몰랐냐? 원래 썼던 사람 쓰고 또 쓰고 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 스타일이다.”(A 검사장)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검찰 측근을 장관이나 대통령비서실 요직에 등용해 사실상 ‘검찰 직할 체제’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은 검사 경력 25년 동안에도 ‘내가 ○○랑 일해봤는데’라는 식으로, 이른바 ‘자기 사람들’을 덮어놓고 신뢰하는 성향이 강했다. 특히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항명 사태로 국정감사에 불려나와 한 말)는 그이기에, 서울 서초동 검찰총장실을 그대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옮겨다놓은 인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쓰고 또 쓰고 2022년 5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에 자신의 측근을 기용하는 건 검찰을 장악할 의도’라고 반발하고 한 장관 자녀의 ‘변칙적 스펙 쌓기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윤석열 특유의 ‘쓰고 또 쓰는 인사 스타일’을 바꾸지는 못했다.

한동훈 장관은 윤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다. 한 장관은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연구관(검사) 신분으로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이던 윤 대통령과 ‘현대자동차 비자금’ ‘외환은행 론스타 매각 사건’ 등의 수사를 함께 했다. 당시 연구관들은 이때를 ‘중수부 전성시대’로 부른다. 한 장관을 비롯해 여환섭 대전고검장,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이두봉 인천지검장, 조상준 변호사(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내정) 등 당시 중수부 소속 검사들은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이다. 한 장관은 그 뒤에도 윤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반복해서 발탁됐다. 2016년 ‘최순실 특검’ 때 윤 대통령(당시 수사팀장) 아래 팀장으로, 2017년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땐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검사로, 2019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는 ‘오른팔’인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신임받았다. 이런 끈끈한 우정 탓에 5월17일 취임식 때 한 장관이 맨 용비어천가 문구가 적힌 넥타이를 놓고도 갖은 해석이 나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자기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별의별 린치(폭력)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고, 결국 그 허구성과 실체가 드러났다.’ 한동훈 장관이 5월15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남긴 사직 인사글에는 지난 2년여 한직에 머물렀던 ‘한’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 장관이 임명된 뒤 처음 실시한 5월18일 검찰 고위직 인사에는 이런 ‘한’이 또 한번 드러났다. ‘네편 내편’을 뚜렷하게 갈라쳤기 때문이다. ‘윤석열 사단’은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반대파는 한직으로 좌천됐다.

이번에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는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검사 시절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한동훈의 칼’이라고도 불렸다. 신자용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도 같은 시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1차장검사 등을 지낸 ‘윤석열 라인’이다. 이원석 신임 대검 차장도 윤석열 검찰총장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과 대검 선임연구관(옛 수사기획관)을 지낸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는 ‘증권·금융범죄 합동수사단’이 설치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발령이 났다. 양석조 지검장은 ‘조국 수사’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혐의를 놓고 이견을 보였던 당시 직속 상사(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와 상가에서 언성을 높이며 싸운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노공 신임 법무부 차관도 중앙지검 4차장으로 윤석열·한동훈과 보조를 맞춘 바 있다. ‘윤석열 라인’의 핵심인 박찬호 광주지검장이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했던 이두봉 인천지검장이 어디로 자리를 옮길지도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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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13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가운데)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했다. 옆에 있는 차장검사들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영전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보인다. 이들은 이성윤 지검장 취임 뒤 한직으로 밀려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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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각을 세웠던 4인, 연구위원으로 반면 문재인 정부 때 각종 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심재철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때 ‘판사 사찰 의혹’ 등으로 윤 대통령의 징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서초동 검찰뿐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도 검찰 출신이 장악했다. 비서관 가운데 5명이 검찰 출신이다. 대통령비서실의 인사·법무·총무·부속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핵심 분야에도 검찰 출신이 포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복두규 대검 사무국장은 고위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기획관(옛 인사수석)에, 윤재순 대검 운영지원과장은 대통령비서실의 재무·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 임명됐다. 강의구 당시 검찰총장 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 모두 윤 대통령과 20년 안팎의 인연이 있다. 검찰총장 때 수행비서였던 검찰 수사관과 실무관까지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에 합류했다.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여러 차례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생일을 축하하는 여성 직원에게 ‘볼에다 뽀뽀해주라’고 말하거나, 2012년 회식 때 여성 직원에게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검찰에서의 징계는 ‘경고’에 그쳤다. 윤 비서관은 5월1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대통령비서실은 ‘비서관을 못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라는 태도다. 한 검찰 수사관은 “지금 같으면 해임이나 파면될 사안이다. 피해자가 참다 참다 오죽했으면 신고까지 했겠냐.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있기 전엔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은) 기록에도 안 남는 경고 처분으로 봐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월성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던 이원모 전 검사는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으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주진우 전 검사는 법률비서관으로 각각 명패를 바꿔 달았다. 주진우 비서관은 한동훈 장관도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채널A 기자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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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조직 위해 조작 서슴지 말라는 메시지” 윤재순 비서관뿐 아니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발탁을 두고도 ‘인사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비서관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담당해 징계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비서관들과 달리 기획·공안 쪽에서 오래 일해, 수사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던 윤 대통령과의 접점이 뚜렷하지는 않다. 검찰 안팎에선 2013년 대구고검에 함께 근무하면서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가까워졌을 가능성을 ‘발탁’ 이유로 해석하는 시선이 많다.

한 부장검사는 “2014년 1월 윤 대통령이 ‘항명’ 사건으로, 그해 8월 이시원 비서관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으로 대구고검으로 징계성 인사가 났다. 대구고검 검사가 모두 9명인데, 그때 가까워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국정원 간첩 조작 관련 보복 기소 사건은 지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하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인데, 이시원 비서관을 임명한 건 무리수”라며 “대구고검에서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은데다 측근들이 이시원을 쓰자고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시원 비서관은 2013년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국정원이 위조한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바 있다. 유우성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동생(유가려)이 6개월간 국정원에 감금된 채 조사받다가 이시원 검사를 만나 ‘전부 조작됐다’고 털어놓으니 ‘이런 식이면 너를 도울 수 없다’고 이 검사가 말했다. 그렇게 조작된 증거로 나는 8개월간 2평도 안 되는 (감옥) 독방에서 살았다. (이런 사람을 비서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조직을 위해선 거짓과 조작도 서슴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밖에 안 되지 않냐”고 말했다. 이 비서관 등 당시 검찰이 간첩 조작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2019년 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로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시원 비서관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임명권자(대통령)가 임명한 경위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사 시절 맡았던 사건을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윤재순, 특히 이시원을 임명한 건 공직사회에 ‘어떻게든 충성만 하면 중용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마음 잘 맞고 눈빛만 봐도 아는 사람들끼리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하면 효율적인 면도 있겠지만 결국 권력이 집중될 거고 (권력의) 독주를 잘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네편 내편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니까 자기들에 대한 정치보복을 한다고 한다.” 2022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거리유세에서 한 말이다. 그가 한동훈 장관을 포함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을 법무부와 검찰 요직에 기용한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2021년 여름 윤 대통령과 만난 일화를 이렇게 전했다. “대체 왜 대통령을 하려는 거냐고 물으니, ‘다른 건 몰라도 부정부패만큼은 뿌리 뽑고 싶다’고 답했다.”

사심 가득 vs 능력 최우선 검찰 수사-기소 분리 등의 문제에서 열쇠를 쥔 곳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 법조인들을 앉혔다. 법제처장에 임명된 이완규 변호사는 2020년 윤 대통령이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법률대리인이었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에 사법연수원 동기, 같은 검사 출신이다. 법제처는 행정부 내 법률 유권해석을 맡는 곳으로, 정부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의 제정을 지원한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일도 여기서 맡는다. 대통령비서실은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주고받는 게 분명한 ‘사심 가득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찰 출신이 아닌 판사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다. 대표적인 ‘복심’으로 꼽힌다. 이 장관은 취임 첫날인 5월13일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리면서 “권한이 커진 경찰을 문민 통제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외부 개방직인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수사 관련 고위직에 검사를 앉히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한 검찰 수사관은 “판사한테 지시받는 느낌이 들어 공판에 들어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검사들의 경우, 국가수사본부에 서로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첫 인사’를 통해 내다볼 수 있는 ‘윤석열 정부 5년’은 어떤 모습일까.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가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물평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살아온 것을 한번 봐라. 윤 대통령은 원래 (윗사람을) 제치는 사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때 검사장(조영곤)을 제쳤고, 서울중앙지검장 땐 ‘검찰총장(문무일) 패싱’ 얘기가 나왔다. 검찰총장 땐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찾아 수사하면서 대통령(문재인)을 제쳤다. 이제 대통령이 되니 국민을 제치려 한다. 그런데 국민이 제친다고 제쳐지겠나.”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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