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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민간인 사살’ 러시아 병사, 희생자 부인에 “용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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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검찰 종신형 구형…크레믈 논평 없어

피해자 부인 “포로교환 위해 돌려보내는 것 반대 안해”


한겨레

민간인 사살 혐의로 기소된 바딤 시시마린 병장이 1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법정에 서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비무장한 민간인을 사살한 전쟁범죄를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병사가 희생자 부인에게 “용서를 빈다”고 사죄했다.

러시아군 탱크병인 바딤 시시마린 병장(21)은 19일(현지시각) 키이우 법정에서 열린 둘째 날 공판에서 희생자의 부인인 카에리나 샤리포바를 향해 “내 죄를 인정한다.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2월 28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의 마을에서 샤리포바의 남편 알렉산드르 셰리포프(62)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까까머리에 파란색과 회색이 섞인 운봉복을 입고 출정한 그는 유리 부스로 된 피고인석에서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한 어조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었다.

샤리포바는 이날 법정에서 사건이 벌어진 날 집 마당에서 총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남편에게 달려갔지만 이미 죽어 있었다. 머리에 총을 맞았다. 나는 소리치고 울부짖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비무장이었고 민간인 복장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샤리포바는 또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러시아에 항복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을 가리키며 “우리 아이들”과 포로 교환을 위해 시시마린 병장을 러시아에 돌려보내야 한다면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시마린 병장은 당시 비무장 민간인을 총으로 쏴 사살하라는 명령에 따를 의무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당시 함께 있던 병사가 강압적인 어조로 자신이 쏘지 않으면 모두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병사가 상관이 아닌,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일반 병사”라고 덧붙였다. 또 자신의 출신지에 대해 “나는 (시베리아 지역의) 이르쿠츠크 오블라스트에서 왔다. 남동생이 둘, 누이가 둘이며, 내가 맏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을 이번 전쟁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러시아 변방을 벗어나려 군에 입대한 뒤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됐던 소수 민족 청년들이 잇따라 주검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원고를 맡은 우크라이나 검사는 이날 시시마린에게 종신형을 구형했다.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은 재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아무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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