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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앞둔 대치동 “급매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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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퇴근시간 무렵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방과 후 학원으로 이동하는 학생들과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학부모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이 학원가를 둘러싼 대치동의 아파트 단지들은 2015년 준공한 래미안대치팰리스를 제외한 상당수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은 구축 아파트다. 개포우성, 대치 선경, 한보미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과 1기 신도시 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대치동은 예외였다. 지난해 6월 삼성동과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과 토지거래허가제한 구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2400여세대인 한보미도에선 지난달에서야 올해 첫 거래가 성사됐고, 4400여세대인 은마아파트도 한 달에 평균 한 두건 거래되는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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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하교 후 학원으로 이동하는 학생들로 거리가 붐비고 있다. /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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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인 김모(42)씨는 “이 일대는 갭투자도 불가한 상황이어서 일단 들어와 수시로 중개소를 들러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보유세 산정기일(6월 1일) 전에 가격을 낮춰 파는 집주인과 싸게 사려는 매수대기자 사이에 거래가 속속 이뤄졌다. 대치 선경 148㎡(44평)는 최근 38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은 40억원 이상에 호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폭 가격이 낮춰 거래가 된 셈이다. 은마아파트 84㎡는 지난해 11월 5일 28억2000만원(5층)에 거래가 체결됐지만 지난달 7일 26억5000만원(7층)으로 1억7000만원 낮아진 가격에 팔렸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A중개소 관계자는 “대출도 안나오는 상황에서 반드시 실거주를 해야 해 수요가 현금이 많은 실수요자로 한정돼 있다”며 “싸게 사고 싶다면 토지거래허가제 기간에 현금을 확보해 뒀다가 급매를 기다려 보는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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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경./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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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토지거래허가제 인근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는 대치동 주변에서도 관찰되고 있었다. 도곡동, 개포동 등 학원가와 밀접한 대치동보다 가격이 낮았던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도곡렉슬 85㎡는 지난해 7월 4일 29억원(20층)에 팔렸지만 올해 3월 14일에는 31억3000억원(16층)에 거래됐다. 개포 경남의 경우 123㎡ 지난해 5월 7일 32억원(4층)에서 올해 3월 8일 34억3000만원(4층)으로 올라 거래됐다. 은마아파트 인근 C중개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 상황으로 인근 도곡동에서 집을 팔고 이리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며칠간에는 새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에 집을 내놓으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도 관측됐다. 개포우성 아파트 인근 B중개소 관계자는 “매수를 원한다면 당장 나서지 말고 급매를 기다려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며 “하루에도 매도를 고민하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여러건 온다”고 했다.

대치동에서는 한동안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기한이 끝나지만 재지정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1일 서울시는 압구정동, 목동, 여의도, 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한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들이 많은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제까지 풀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이 와야 해제되지 않겠나”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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