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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블로그 | 구글이 ‘픽셀 태블릿’으로 만들고자 하는 변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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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 전반에 걸친 태블릿 철학과 안드로이드의 미래로 관심을 돌리는 모습에서 지난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이 최적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경험 창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무려 11년 전이었다. 선사시대 급으로 오래된 지난 2011년,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판매에 주력하는 첫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3.0 허니콤 소프트웨어를 도입했고 대화면 앱 인터페이스 최적화에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도록 노력했다.
ITWorld

ⓒ Google/JR Rap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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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1년도 안 되어 구글은 ‘구글 했다’. 집중력을 잃고 비전에서 멀어졌으며, 급기야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는 아이디어가 시들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의미 있는 진전이나 실질적인 플랫폼 수준의 발전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간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글이 2023년을 목표로 픽셀 태블릿(Pixel Tablet)을 출시하겠다며 진지하게 안드로이드 태블릿 개발을 다시 한번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필자는 기시감을 느꼈다. ‘이미 겪었던 일인데 이번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었다.

충분히 이런 의문이 생길 만하다. 11년 전 구글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돌파구를 찾고 의미 있는 호응을 끌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애플은 사실상 비즈니스 태블릿의 표준이라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제 와서 ‘아이패드 같지만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새로운 선택지를 내놓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의 답은 바로 우리 눈앞에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구글은 일반 태블릿 시장에서 아이패드와 직접적으로 경쟁할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자체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기기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그 파급 효과는 우리처럼 평범한 사용자에게 엄청나게 클 수도 있다.


픽셀 태블릿의 흩어진 퍼즐 조각

기술의 발전 흐름 상 2022년 현재 아이패드의 새로운 경쟁자를 내놓겠다는 것은 단언컨대 헛수고다.

물론 애플의 소프트웨어 설계와 생태계 통제 방식에 전혀 정이 가지 않는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아이패드 같지만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매력적인 옵션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평범한 다수의 태블릿 구매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이를테면 아마존 파이어(Amazon Fire)처럼 가격만으로 승부하지 않아야 하며, 운영체제를 주요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지도 않는 기기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기기가 바로 픽셀 태블릿이다.
ⓒ Google

최근 개최된 ‘구글 I/O 2022’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구글의 태블릿 하드웨어 복귀 소식이 발표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픽셀 태블릿을 두고 두께가 두껍고 외관이 다소 평범하다고 비판했다.

물론 구글이 자랑스럽게 선보인 태블릿이 2022년도의 전형적인 고급형 태블릿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많이 두꺼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베젤을 보면 보급형 디자인이나 나온 지 몇 년 된 태블릿이 연상된다.
ⓒ Google

디자인 언어나 일반적인 외관 측면에서는 전혀 픽셀 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구글은 이 태블릿이 뼛속까지 픽셀 제품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것도 고급형 기기로 포지셔닝할 의도가 다분하다.

표면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구글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 픽셀 태블릿에 얽힌 사연에는 보여지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 Google

다음과 같은 내용을 생각해 보자.
  1. 구글이 탈착형 화면이 특징인 새로운 네스트 허브(Nest Hub) 스타일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기기에서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화면을 떼어내면 어느 정도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다.
  2. 이와 같은 선상에서 구글이 독을 활용한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다목적 기기를 준비 중임을 암시하는 새로운 요소가 안드로이드 13에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터페이스 최적화를 제외하더라도, 태블릿을 일종의 공유된 표면으로 탈바꿈하는 것과 관련된 요소가 여럿 눈에 띈다. 특히 지정 위젯과 화면보호기 같은 요소는 누구나 도킹된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오늘날의 스마트 디스플레이 컨셉이 한층 더 강화되고 유용해진 버전이다. 여기에 승인된 사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기기를 집어 들고 개인 내용에 접속할 수 있는 복수 사용자 프로필 시스템이 결합된다.
  3. 구글이 I/O에서 공유한 공식 픽셀 태블릿 이미지를 보면, 기기 후면에 커넥터가 있다. 올바른 부분에 갖다 대기만 하면 독에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포고핀(pogo-pin) 스타일의 커넥터다.
  4.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픽셀 태블릿에는 전형적인 픽셀 디자인 언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없다. 하지만 픽셀 태블릿의 디자인 언어가 바로 네스트라면? 구글이 공개한 이미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네스트 허브에서 거치대를 없앤 모습과 거의 똑같다.
ⓒ Google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을 맞춰보면 일관된 결론에 도달한다. 픽셀 태블릿은 탈착형 네스트 허브 컨셉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거나, 적어도 그와 비슷한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브랜딩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현시점에 출시된다는 사실이 정확히 ‘왜’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보자.


픽셀 태블릿의 목적

구글이 미래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픽셀 태블릿은 사실 전통적 의미의 태블릿이 아니다. 기존 스마트 디플레이에 PC 기능을 넣어 성능을 높인 것에 더 가깝다.

만일 차세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도킹된 공유 디스플레이 표면을 중심으로 설계된다면, 사실상 가정용 또는 사무실용 ‘허브’가 된다. 대중 소비 목적의 맥락 정보와 기본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온도조절장치나 스마트 전구를 비롯한 가정용 또는 사무실용 기기처럼 연결된 기기를 제어하는 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여느 스마트 디스플레이와 달리, 픽셀 태블릿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전히 사용자화할 수 있고 정보가 풍부한 환경을 도킹된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봐도 쓸모 있으며, 가정에서는 물론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흥미로운 활용 사례를 많이 열어줄 것이다.

승인된 사용자라면 누구나 제품을 집어 들고 로그인한 후, 실제 ‘개인용’ 기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이다. 픽셀 태블릿은 태블릿도 스마트 디스플레이도 아닌, 흥미롭고 새로운 ‘하이브리드 혼합물’이다. 궁극적으로 다른 어떤 IT 업체도 아직 이름을 붙이거나 정의를 내리지 않은 독자적인 제품군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구글, 어쩌면 새로운 표준까지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시점의 태블릿 시장에서 도대체 구글은 아이패드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까? ‘아이패드 같지만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옵션을 이제 와서 내놓는 것에는 어떤 중요한 의미가 내포돼 있을까?

‘해당 사항 없음’이 정답이다. 정황상 구글은 아이패드와 정면 대결하거나 전통적인 안드로이드 태블릿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완전히 새로운 구글만의 범주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듯하다. 이런 범주라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구글이 설정한 기준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픽셀 태블릿의 최종적인 포지셔닝이 무엇이든, 구글은 같은 목표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준비 중인 것이 분명하다.

모든 상황을 감안하면 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크롬 OS 태블릿이 조화롭게 공존하면서 서로 완전히 다른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그토록 자신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구글이 자신의 카드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기술을 흥미롭고 새롭게 해석한 제품을 곧 선보일 수 있다고 확언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JR Raphael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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