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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반도체 공장서 첫 만남 韓美 정상, 동맹의 진화·도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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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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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 첫 만남을 갖고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동맹’을 강조했다. 미 대통령이 방한 일정으로 반도체 공장부터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관계가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기술 동맹으로 경제 안보 협력을 위해 노력할 때 더 많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을 넘어 첨단 기술과 공급망 동맹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끼리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려 한다. 미·중이 충돌하는 신냉전의 국제 환경에서 안보와 경제를 묶으려는 것이다. 지금 반도체가 없으면 탱크 한 대, 자동차 한 대도 못 만든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원천 기술과 생산 장비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도 반도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바이든이 반도체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삼성전자를 초청한 것도 공급망 사슬 때문이다. 한·미 ‘기술 동맹’의 핵심이 반도체다.

양국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공동 수출을 위한 협력 방안도 발표한다. ‘원전 동맹’의 행동 계획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적 시공 능력이 붕괴 직전이고, 미국은 원천 기술은 있지만 신규 원전 건설을 안 한 지 오래다. 지금 세계 원전 시장은 중국·러시아가 휩쓸고 있다. 한·미 원전 동맹은 경제 협력을 넘어 세계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방한 기간 “북한의 7차 핵실험, 미사일 시험 등에 대비 중”이라고 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은 물론 ICBM 액체 연료 주입을 끝낸 정황도 확인했다. 이번엔 태평양 방면으로 쏠 수도 있다. 관심을 더 끌려는 것이다. 북한과 협상은 계속하되 북핵으로 인한 군사적·정치적 압박에 대해 현실적 대비도 병행해야 한다.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은 실질적 군사 대비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

한·미 동맹은 70년 가까이 우리 안보를 지켜왔다. 2007년 FTA 체결로 경제 동맹으로 발전했다. 이번에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면 공급망·기술 동맹으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당장 시진핑 주석이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기 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한다”고 견제했다. 한·미 동맹의 진화는 도전도 부를 것이다. 원칙을 지키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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