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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바이든 방한에 친미·반미 맞불 집회···경찰과 몸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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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첫날

늦은 밤까지 친미·반미 집회 진행돼

경찰, 4400여명 병력 투입해 대응

집회 참가자·경찰 간 격한 몸싸움도

하루 종일 이어진 시위에 시민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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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한 반대한다! 선제타격 북침 핵공격 연습 중단하라!”(반미투쟁본부)

“대한민국의 우방국이 왔는데 당연히 환영해야죠”(김상진 신자유연대 사무국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한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은 방한 환영·방한 반대 집회·시위 참가자들로 북적거렸다. 마이크를 손에 쥔 집회 집행부는 성명문을 쩌렁쩌렁하게 낭독했고, 집회 참가자들도 커다란 현수막을 든 채 “투쟁!’”이라고 외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 기지 1번 출구부터 녹사평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차선 하나를 통째로 막으면서 주변을 지나는 자동차들이 연신 경적을 울려댔다.

이날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오후 4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집회를 진행한 30여명의 반미투쟁본부는 ‘한미동맹해체·미군철수’ 등이 적힌 조끼를 입고 “미국의 방한은 사실상 전쟁 준비를 위한 행각”이라고 주장했다. 친미 단체인 신자유연대도 용산 하얏트호텔 인근에 모여 “전통적인 한국의 우방국인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만큼 환영하러 나왔다”고 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애초 이들의 집회는 4시간 정도 시간 차가 있도록 신고됐으나 양측 시위 참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숙소로 알려진 하얏트호텔 인근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도로 하나를 두고 두 집단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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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반미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병력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8시 38분께 1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측이 하얏트호텔 인근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펼치려고 시도하자 주변 경찰들이 시위대를 강력하게 제지했다. 경찰 측은 “신고하지 않은 불법시위임으로 당장 해산하라”고 경고했지만 이에 반발한 대학생들은 “목소리를 내고 싶은 대학생들이 잠시 간의 기자회견도 못하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진압 과정이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 경찰은 확성기 등을 통해 집회 참여자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진압이 어렵자 시위 참가자 10여 명의 신체 일부를 잡고 힘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바닥에 나뒹굴기도 했다. 격렬한 몸싸움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목격됐다. 현장 지휘부도 일부 경찰관들에게 “진정하세요”라고 거듭 명령을 내렸으나 상황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경찰들이 준비한 피켓과 현수막을 다 빼앗아갔다"며 “진압과정에서 온몸이 멍이 들 정도로 폭력적으로 진압 당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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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집회 현장 관리와 바이든 대통령 경호 등을 위해 서울 용산구 일대에만 약 49개 부대, 약 44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투입됐다.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 출입문, 만찬이 예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숙소로 예정된 그랜드 하얏트 호텔 부근을 경호지역으로 삼아 경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기간 동안 서울경찰청은 ‘갑호비상’을, 경기남부경찰청은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갑호비상’은 100%의 가용 경찰력을, ‘을호비상’은 50%의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다.

경찰은 이후에도 서울과 경기 지역을 합쳐 사흘 간 2만 명 이상의 경비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에는 120개 중대, 약 7200명의 경호·경비 경찰이 배치된다. 경찰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대비해 종로구·영등포구·동대문구·도봉구 등에서 근무하던 정보경찰과 형사과 경찰들을 파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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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이어진 시위·집회에 불만을 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자동차 도로를 점령하며 이뤄진 일부 집회 주변의 시민들은 노골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용산구 인근에 거주 중인 김 모(33) 씨는 “굳이 한 차로를 막고 시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외국인들도 많은 동네인데 소음에 교통 불편까지 유발하는 이런 식의 시위는 창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만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던 박 모(55) 씨는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시위가)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며 “한 차로를 막고 시위를 진행하더라도 그들의 생각을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해 용산 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90분간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후 지하 1층 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다만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하는 사흘 동안 용산 일대에서 전국민중행동·참여연대 등 50건의 집회·시위가 예정된 만큼 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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