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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정은의 '호통 정치'‥시계제로 코로나가 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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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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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간부들을 이렇게 질타했습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맞닥뜨린 방역 시련의 초기부터 국가의 위기대응능력 미숙성, 지도 간부들의 비적극적인 태도와 해이성, 비활동성은 우리 사업의 허점과 공간을 그대로 노출시켰다."(조선중앙TV 5. 18)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호통을 쳤으니 북한 간부들은 바짝 긴장했을 겁니다. 대대적인 문책이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2020년 초부터 북·중 접경 봉쇄라는 극단적 카드까지 썼습니다. 중국 단둥~북한 신의주 사이 압록강 철교를 오가던 열차와 화물차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대외 무역이 막힌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숨통을 스스로 차단한 겁니다. 그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4.5%. 최악의 경제난을 겪은 1997년 이후 최대 역성장을 한 겁니다. 이런 대가를 치르면서 방역을 했는데, 코로나19가 평양까지 들어왔으니 김정은은 격노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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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중대 국면에서 '호통 정치'
김정은 총비서의 ‘간부 공개 질타’는 집권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2012년, 평양의 만경대 유원지에 갔을 때 도로에 잡초가 난 것을 보고 직접 뽑으며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일할 수가 있는가”라고 질책해 간부들을 얼어붙게 했습니다. 2014년 평양 순안국제공항 제2청사 건설 현장에선 “과업을 하지 못했다”고 질책했고, 2018년 함경북도 어랑천 수력발전소 공사장에선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 봤는데 말이 안 나온다..괘씸하다”며 원색적으로 간부들을 비난했습니다. 김정은의 질타는 그때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선전 효과를 거뒀습니다. 통치술의 일종인 이른바 ‘호통 정치’입니다.

'호통 정치'는 위기 국면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첫째, 간부 다잡기. 간부들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서라도 대책을 만들 겁니다. 둘째, 민심 챙기기. 주민들의 원성을 간부들에게 돌리고 김정은 자신은 애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거죠.

코로나 방역, 호통으로 될까?

최고 권력자가 호통을 치면 임시방편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 코로나19 같은 재난을 극복할 순 없습니다. 간부들을 질타한다고 해서 없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생기진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북한은 잠시 풀었던 접경 지역 봉쇄를 최근 다시 강화했습니다. 극단적 봉쇄 정책으로 회귀하는 거죠. 그 결과는 심각한 부작용, 주민 피해입니다.

북한 감기약 가격 폭등

북·중 접경 도시인 북한 혜산시의 최근 사례는 봉쇄 정책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18일, 양강도 혜산시에서 약값이 폭등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공식 발표 이후 기침약 가격이 지난달 중순 1천600원(이하 북한 원)에서 지난 14일 기준 4천800원으로 약 한 달 만에 3배 급등했습니다. 항생제 아목시실린도 같은 기간 950원에서 3천300원으로 3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니 감기약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중국 수입 통로가 막혀 약은 부족하고 약품 사재기까지 겹쳐 품귀 현상을 빚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돈 있는 사람들은 어찌어찌 약을 구할 수 있다지만 주민 대부분은 조심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극단적 봉쇄로 바이러스를 100% 막을 순 없습니다. 이번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일례로 북·중 접경 유입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아무리 봉쇄해도 밀무역까지 완전히 차단하긴 어렵습니다. 밀무역엔 커다란 이익이 걸려있고,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북한 주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목숨을 걸고라도 야밤에 압록강을 건너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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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치료제 국제 지원 받아야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지원을 줄곧 거부해 왔습니다. 지난해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만 회분, 중국의 시노백 백신 300만 회분을 배정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8만 회분,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 백신 25만 회분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백신 접종률이 제로 상태고 치료제는 커녕 해열제도 턱없이 부족해서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권력 구조에서 북·중 접경 봉쇄와 백신 거부 같은 결정은 최고 권력자, 김정은이 최종 승인했을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간부 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인도적 의료 지원을 수용해야 합니다. 코백스는 최근 북한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기종 기자(kum2001@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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