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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동규에 ‘총 맞은’ 대장동 사업 실무자 직접 증인 출석[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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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19화입니다.》

동아일보

지난해 10월 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던 건 당시 성남시장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기 때문인가?”(검찰)

“그런 소문이 있었다.”(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직원 주모 씨)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3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 개발사업파트장 주모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 씨는 “당시 유동규 기획본부장이 (공사 내) 다른 본부의 업무분장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실세였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입니다.

이 사건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주 씨는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공고 업무를 담당한 인물입니다. 당시 주 씨는 공사가 확정 이익만 배당받는 방안을 담은 공모지침서를 공사 전략사업실에서 전달받은 뒤 “사업이 기대보다 잘 될 경우 공사의 몫도 커지도록 해야 한다”며 전략사업실 소속 정민용 변호사에게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앞선 공판에서는 주 씨가 이 탓에 유 전 직무대리에게 “민간 사업자와 유착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크게 질책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주 씨와 가까운 동료 직원이었던 박모 씨는 올 1월 법정에 출석해 “당시 주 씨가 제게 ‘총 맞았다’는 표현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공모지침서 “확정이익 방안 문제있다” 실무자 의견 반영안돼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영학 회계사는 2015년 1~2월 정 변호사를 만나 공모지침서에 “공사가 추가 이익 분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민관합동 개발을 하지만 사업 수익이 예상을 뛰어넘어 초과 이익이 나도 공공은 정해진 확정 이익만 가져가라는 겁니다. 정 변호사는 이를 받아들여 초과이익 환수를 위한 근거 조항이 빠진 공모지침서를 작성했습니다.

20일 주 씨는 공모지침서 공고 하루 전인 2015년 2월 12일 정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전달받은 뒤 이를 검토했고, 확정 이익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정 변호사를 찾아가 이의를 제기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정 변호사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던 사업 타당성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확정 이익으로 임대아파트 부지를 받아오는 것이 공사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주 씨는 물러서지 않고 “사업 수익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검토 의견서를 작성해 정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공모지침서 공고는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얼마 뒤 ‘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 답변서’도 주 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공고됐습니다.

검찰의 시각은 유 전 직무대리 등이 민간의 몫을 키우기 위해 실무자들의 반대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했다는 겁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3년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에게 약 3억5000만 원을 받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민간사업자들과 유착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주 씨는 “이익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당시 자신의 행동이 ‘이의 제기’는 아니었다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습니다. 주 씨는 “검사님들이 이의제기라는 용어를 쓰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의 질문에 “이의제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주 씨는 “(지침서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효율적인 지침서를 위해 제안했던 것”이라며 “공모지침서가 잘못됐으니 ‘이렇게 고치자’는 건 아니었고, 순수하게 감사원 감사를 대비해서 수정, 보완해야 할 내용 위주로 얘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 유동규에게 ‘총 맞은’ 그날, 무슨 일 있었나

주 씨는 공모지침서 내용에 반대 의견을 낸 탓에 유 전 직무대리에게 질책을 당한 날을 2015년 2월 13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주 씨는 “공모지침서를 짧은 시간에 받아서 검토할 시간이 됐냐는 부분을 유 전 직무대리가 의심했다”며 “유 전 직무대리가 ‘다른 업체와 결탁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주 씨가 다른 민간업체에서 보내준 의견서를 그대로 받아서 낸 것으로 의심했다는 겁니다.

당시 유 전 직무대리는 주 씨에게 검토 의견서를 다른 직원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다시 써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합니다. 주 씨는 “오해받은 부분이니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직원들이 (법정에) 와서 총을 맞았니 어쨌다느니 하는데 저는 기억이 안 난다”면서 “직원들이 얘기했다면 그렇게 (제가 얘기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주 씨의 증언은 검찰이 확보한 유 전 직무대리의 출입국 현황에 비춰 시기가 불확실한 면이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5년 2월 12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19일 귀국했습니다. 주 씨가 지목한 13일에는 국내에 있지 않았던 겁니다. 검찰은 “검찰 조사 때는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제시하지 못했었다”며 “증인이 다시 기억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 씨는 “정확한 날짜나 시간은 기억하지 못하고 다만 상황을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유 전 직무대리 측 변호인은 “유 전 직무대리가 공모지침서가 완성되고 공고된 시기에 해외여행을 갔다는 건 대장동 사업에 관심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 “증거인멸 우려” 김만배·남욱 구속연장

이날 재판부는 22일 0시에 1심 최장 6개월의 구속 기한이 만료돼 석방이 예정됐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씨와 남 변호사는 앞으로 최장 6개월을 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23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주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서 진행됩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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