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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불편함 드러낸 중국 “아·태 국가를 미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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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왕이 외교부장 “목적은 중국 포위” 기자회견서 미국 비판
전문가 “즉각 보복은 힘들 것”…후속 조치 보며 대응 예상

한국과 미국이 안보동맹을 경제안보와 기술, 가치 동맹으로까지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면서 향후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에서는 한국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 외교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미·중 사이의 전략적 균형을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로서는 균형추를 미국 쪽으로 옮겨가면서도 대중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숙제로 남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이 성명에 9차례나 등장했다. 경제안보·기술 동맹과 가치를 기반으로 한 협력 강화,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은 모두 중국 견제와 연관된 키워드다.

국제문제 평론가인 류허핑(劉和平)은 22일 선전위성TV 인터뷰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구도를 유지해왔던 한국이 미국과의 기존 군사동맹을 경제동맹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라면서 “한국 외교전략의 중대한 변화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일정한 균형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던 중국으로서는 한·미 동맹의 강화가 달가울 리 없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파키스탄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주변 환경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목적은 중국 포위이며,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PEF에 대해서는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을 경계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의 IPEF 참여와 한·미 동맹 강화를 이유로 즉각적인 경제적 보복 조치 등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IPEF 계획에 참여한 한국에 보복할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실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논의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흔적도 엿보인다. 공동성명에는 중국이 직접 거론되지 않았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지난해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내용과 수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관련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은 당장 한국을 콕 집어 어떤 조치를 강구하기보다는 한·미 간 후속 조치와 한·미·일 협력 강화 추이 등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즉각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가치·이념 전선에서까지 한국이 미국에 기울고 전략적 균형을 잃는다면 중국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교수는 다만 “중국이 당장 뚜렷한 명분 없이 한국에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오히려 (한·미관계 강화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양국의 진의를 파악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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