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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기 픽업트럭, 덩치 큰 녀석들의 거친 매력···북미시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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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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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F150 라이트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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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형화 모델 인기 높아져
점유율 1위 포드에 GM·테슬라 등
고성능·신기술 탑재해 시장 공략
폭스바겐·기아도 뛰어들 예정

생산 최대 걸림돌 ‘배터리 공급난’
반도체보다 심각…차값 상승 불러

쌍용차의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스포츠칸은 올해 1~4월 판매량(1만638대)이 전년 동기 대비 83.1% 급증했다. 그동안 픽업트럭은 육중한 체격 때문에 협소한 주차공간과 도로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외면받았지만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캠핑 문화가 확산하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뉴욕 오토쇼’에서는 전시장 절반을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이 차지했다. 그 중심엔 ‘전기차’가 자리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 픽업트럭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직 ‘테슬라 독주’를 허용하지 않은 시장이다 보니 북미에서 전기 픽업트럭 각축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덩달아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도 활발해졌다.

■ 전기 픽업트럭도 각양각색

미국에서 픽업트럭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체는 포드다. 포드는 최근 출시한 첫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드는 2024년까지 총 7종의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F150 라이트닝은 포드의 간판 차종이자 북미 베스트셀링카인 픽업트럭 F15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승한 후 “사고 싶은 차”라고 말하며 유명해졌다. 사전계약 20만대를 일찌감치 돌파한 F150 라이트닝에는 포드의 합작사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상위 모델의 최고 출력은 563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4초다. 포드코리아는 F150 라이트닝의 한국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은 제너럴모터스(GM)에는 쉐보레의 실버라도 EV와 GMC의 허머 EV가 있다. 뉴욕 오토쇼와 ‘CES 2022’에서도 선보인 실버라도 EV는 예약 주문이 10만건을 넘으며 주목받고 있다. GM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플랫폼으로 제작된 실버라도 EV는 1회 충전으로 644㎞를 주행할 수 있다고 GM은 밝혔다. 포드의 F150 라이트닝(483㎞)보다 160㎞를 더 달릴 수 있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며 단종됐던 허머는 전기모터를 달며 새롭게 태어났다. 최대 850마력을 내는 허머 EV의 앞부분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비슷하며 후면부 지붕을 더 늘리고 스페어타이어를 장착했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 험로에서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크랩모드 등 GM이 자랑하는 기술들을 집약했다.

테슬라가 2019년 공개한 사이버트럭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우주선에 쓰이는 초고경도 냉간압연 스테인리스 스틸을 적용해 방탄 성능을 갖췄고, 완충 후 주행거리는 최대 805㎞ 수준이라고 한다.

테슬라는 올해 말 사이버트럭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배터리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내년 1분기로 출시를 연기한 상태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생산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것이라며 북미 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이버트럭 예약 주문을 중단했다.

‘테슬라 대항마’로 평가받으며 뉴욕증시에 입성한 스타트업 리비안의 대표 차종은 전기 픽업트럭 ‘R1T’다. 최고 출력 800마력에 제로백 3초, 주행거리 505㎞의 성능을 갖췄다. 배터리팩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공간 활용도가 큰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플랫폼으로 제작됐고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했다. 엔진이 없는 보닛 안 프런트 트렁크(330ℓ 용량) 외에 뒷좌석과 적재함 사이 아래에도 ‘기어 터널’로 불리는 350ℓ의 공간을 마련한 게 독특하다. 리비안은 국내 상표권 등록도 마쳤다.

독일을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 내연기관 픽업트럭을 내놓지 않았다. 다른 국가에서 판매 중인 모델도 중형 픽업트럭 아마록뿐이다. 최근 폭스바겐은 추억의 브랜드 ‘스카우트’를 모델명으로 내세워 미국의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콧 키오 폭스바겐 북미법인 대표는 “전동화 정책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전기 픽업은 흥미로운 분야로 시장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북미 지역에만 앞으로 5년간 약 8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전동화 전략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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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부터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허머 EV, 테슬라 사이버트럭. 기아의 첫 전기 픽업트럭은 콘셉트 EV9(오른쪽)의 파생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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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도 채비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양산하는 완성차 업체는 쌍용차가 유일하다. 픽업트럭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쌍용차를 쉐보레의 콜로라도 등 수입 브랜드가 추격하는 형국이다. 쌍용차의 효자 모델인 내연기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스포츠칸은 호주와 뉴질랜드, 유럽, 남미 등에 수출되고 있지만 북미 시장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첫 소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는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되는 모델이다. 지난달 3150대가 팔리면서 월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 북서부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하는 ‘베스트 픽업트럭’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는 등 현지에서 상품성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신설하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전기 픽업트럭을 양산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픽업트럭 시장인 북미에서는 포드를 포함한 미국 ‘빅3’의 아성을 넘기 힘들다”며 “당장은 픽업트럭에 준하는 덩치의 전기 SUV로 현지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로 북미에서 호평을 받은 기아도 전기 픽업트럭 출시에 적극적이다. 앞서 기아는 유럽·미국·중국·인도 등 각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미국에서는 2024년부터 북미 시장 주력 차종인 중대형 SUV와 전기 픽업트럭을 현지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기아의 전기 픽업트럭은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 오토쇼’를 통해 콘셉트카로 공개된 EV9의 파생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EV9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설계된 대형 전기 SUV로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문제는 배터리 공급

전기차 모델이 다양해지고 체형도 점점 커지고 있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이 원활해야만 계획했던 생산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년간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과 리튬 가격이 급등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테슬라의 머스크는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이라며 채굴과 정제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고 했고, 리비안의 R J 스케린지 CEO도 “향후 전기차 판매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라고 말했다. 스케린지는 “전 세계 모든 배터리 셀 생산량을 합치면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배터리의 10%도 안 된다”면서 “반도체 공급난은 배터리 부족 상황과 비교하면 약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배터리 업체와의 재계약 시점에서 가격이 올라 완성차 업체는 차량 판매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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