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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크고 강한 매장만 남겨라...고수들의 오프라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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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패션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의 매장 전략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었다. 거미줄처럼 얽힌 소매점 유통으로 더 많은 고객과 더 자주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국 각지에 넓게 퍼트리는 것이 우선이었던 매장수는 줄이고, 대신 대형 매장을 더 크고 볼거리 있게 만드는 식이다.



명품 매장 못지않네, 자라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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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자라 매장.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한 전 세계 네 번째 리뉴얼 스토어다. [사진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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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새롭게 문을 연 자라(ZARA) 매장. 기존 매장을 체험형으로 리뉴얼 확장해 서울에서 가장 큰 매장 규모를 자랑한다. 잠실 롯데월드몰 1층과 2층에 위치, 총 3190㎡(약 962평) 규모다. 이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대표 매장이기도 하다. 자라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 일본 긴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이어 세계 네 번째 리뉴얼 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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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앤 백 존. 기존 SPA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스플레이 존이다. 유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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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찾은 자라 롯데월드몰점은 자라의 새로운 오프라인 매장 전략의 전초기지였다. 상품을 가능한 많이, 다양하게 보여줬던 기존 매장과 달리, 넓은 공간에 주제별로 선별한 옷과 가방, 신발 등이 놓여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슈즈&백 존.’ 고급 부티크 매장처럼 깔끔한 상품 배치는 물론 앉아서 신발을 신어볼 수 있도록 의자도 마련돼 있었다. 신발을 신어보고 가방을 들어본 뒤 곧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전용 결제 데스크도 마련돼 있었다. 2층 남성 매장에도 고기능성 액티브 웨어 ‘애슬레틱즈’ 컬렉션 특화 존이 따로 마련됐다. 스포츠 전문 매장처럼 고기능성 운동복과 액세서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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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매장 한켠에 자리한 고기능성 운동복 특화 존. [사진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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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앱으로 줄서기 등 온·오프 연계도



1층과 2층에 각각 자리한 피팅룸은 자라 서울팀이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다. 피팅룸에서 옷을 입어보면서 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MZ세대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사진이 잘 나오는 조명과 배경 등을 갖췄다. 1층 여성용 피팅룸에는 온통 핑크색의 ‘스페셜 피팅룸’도 있다. 6주에 한 번씩 새로운 테마로 바뀌는 식인데 전 세계 자라 매장 중 최초로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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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스페셜 피팅룸. 배경 색과 디자인이 6주마다 바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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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메이크업 테스트기가 놓여있었다. AR 필터가 장착된 디지털 기기를 통해 3D 가상으로 메이크업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방식이다. 자라 모바일 앱과도 연동된다. 매장에 들어와 앱을 켠 뒤 원하는 매장의 위치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피팅룸 앞에 줄을 서는 대신 앱으로 원격 줄서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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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가상 메이크업을 해볼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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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6개 줄인 자라, 나이키도 직영 체제로



자라는 지난 2012년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의 하나로 온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쇼핑 경험 극대화를 위해 전 세계 주요 매장을 리뉴얼·확장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소규모 매장은 줄이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최근 1년 사이 매장 6개를 줄여 올해 초 기준 전국에 3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41개, 2020년엔 42개의 매장을 운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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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두 번째로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나이키 라이즈 매장,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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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기업 나이키도 자라와 비슷한 전략이다. 직영점뿐만 아니라 대리점, 다양한 스포츠 멀티숍, 편집숍 등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상점에서 나이키 제품을 판매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D2C(direct to consumer·직접 판매) 강화를 위한 직영점 위주의 재정비에 나섰다. 세계 나이키 전체 매출에서 직영점 매출 비중은 2010년 15%에서 지난해 38.7%까지 올라왔다. 중·소규모의 단독 매장도 줄이는 추세다. 대신 대형 매장은 더 크게 확대 중이다.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 문을 연 ‘나이키 라이즈’ 매장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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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서울 매장의 '그랩앤고' 공간. 필요한 스포츠 장비를 골라 직접 결제하고 나갈 수 있다. [사진 나이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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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라이즈는 나이키의 신개념 매장으로 당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전체 2300㎡(약 700평)로 규모도 크지만,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곳곳에 체험 거리를 두고 온라인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매장에 실시간 라이브 방송 공간을 둬 온라인 소비자들과 소통하도록 하거나, 즉석에서 스티커를 붙여 자신만의 티셔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온라인 매출 60% 뛰어, 매장은 양보다 질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 수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강화됐다. 비대면 쇼핑의 활성화로 온라인 매출이 늘었고, 단순히 제품만 파는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줄 수밖에 없었다. 자라의 국내 온라인 사업 법인인 아이티엑스코리아는 지난해 14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877억원에서 무려 60% 이상 뛴 수치다.

그렇다고 온라인만 믿고 오프라인 매장을 무작정 없앨 순 없다.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 경험을 원하고, 해당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소규모 오프라인 매장은 정리해 효율화하고, 대표 매장은 보다 더 크고 다채롭게 강화하는 이유다.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의 장인 동시에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데이터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 자라 리뉴얼 매장에서 도입되는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대표적이다. 손님이 들고 있는 옷의 RFID(무선인식)를 자동으로 인식, 착용한 뒤 구매한 옷과 그렇지 않은 옷을 데이터로 수집해 제품 기획 전략에 활용된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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