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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日 보다 먼저' '경제·산업 중심'…尹, 첫 韓美 정상회담에 반색한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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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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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생산시설을 시찰하던 중 양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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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좋고, 매부좋고"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두고 경제계에서 나온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2박 3일의 방한 기간 내내 국내 기업인들과 스킨십하며 '경제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양국이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기로 한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관련 산업에서 한국과 미국 기업이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만큼, 양국이 윈윈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방한 당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고, 이날 일본으로 떠나기 전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그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북한 등 외교안보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곧 기업과 경제로 요약되는 셈이다.

재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으로 글로벌 무대를 시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입지가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미관계가 안보 협력 관계를 넘어 경제안보 협력 관계로 한층 격상되면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을 먼저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최고의 광고를 한 셈"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방한이 기업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청정 에너지 등 양국 핵심 기술과 관련한 협력이 단순 거래 관계를 넘어 기술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미국과 한국 모두 윈윈이 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미국 입장에선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국가인 한국이 꼭 필요하다. 한국 기업으로서도 미국의 반도체 특허 기술과 장비가 없으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팹리스(반도체 설계)가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가 뒤처진 미국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능력이 절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 최초로 한국 반도체 공장을 찾은 점과 첫 일정으로 이를 택했다는 점, 삼성전자의 주요 팹리스 고객사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도 함께 동행한 점도 미국이 가지는 한국 반도체와의 협력 중요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미국의 주력 산업인 IT(정보기술)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 4차 산업 혁명분야는 반도체가 없으면 리딩을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미국이 반도체의 설계와 장비를 주도하지만 생산은 잘하지 못하니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파트너로 필요한 것. 미국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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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고 있다./사진=사진=현대자동차 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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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바이든 방한에 맞춰 발표한 55억달러(7조원)+50억(6조3000억원)달러 규모의 투자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 산업 분야다. 정 회장은 21일 미국에 조지아주에 55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면담하고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소트프웨어, 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에 추가로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국가기술전략사업인 반도체와 배터리는 원천기술 특허권이 미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 미국과 기술전략적인 협력관계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미국의 전략적 접근과 요청을 한국 정부와 기업으로서도 받아들이는게 실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밀접 행보가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한미 양국이 주로 협력관계를 의논한 반도체와 배터리 등이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산업망과 연결되는데다 중국 역시 해당 분야를 미래 첨단산업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위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배제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반도체 기업의 비즈니스적 입장에선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이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만큼 (이번 바이든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 중국 견제가 조심스럽고 기업 입장에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IT강국인 중국이 점유율 70%의 한국 메모리반도체를 수입하지 않을 수도 없고, 반도체 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만큼 미국 장비도 들여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과 중국을 하나하나 따로 떼놓고 보기보다는 글로벌 상황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경제 체제를 무시할 수 없는만큼, 중국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묘수를 정부가 찾아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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