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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푸틴도 못 가른 사랑…10분 거리 약혼녀, 3700㎞ 돌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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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몰도바인근 국경에 몰린 우크라이나 난민행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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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침공으로 10분 거리에 살던 약혼녀와 생이별을 하게 된 우크라이나 남성이 3700㎞를 돌아 결국 약혼녀를 다시 만나게 됐다.

22일(현지시간) 가디언은 프로 포커 선수인 세르히 베랴예프(32)가 러시아의 하르키우 점령으로 길이 끊겨 10㎞ 거리의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벨라루스를 빙 둘러간 사연을 소개했다.

전쟁 전에는 하르키우 외곽 집에서 고속도로를 타면 금세 약혼녀와 부모가 사는 하르키우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러시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 등을 거쳐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는 지난달 4일 오후 1시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하며 긴 여정을 시작해 70㎞를 달려 러시아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 곳은 검문소가 많아서 가장 험난한 구간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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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키우 외곽 부서진 다리를 건너는 차량.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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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도 있었다. 한 번은 군인들에 의해 일행이 지역 관공서에서 심문을 받던 중 의심을 받게 된 것. 그들은 베랴예프의 휴대폰도 뒤졌지만, 전쟁 초반 참전한 친구들에게 러시아군 위치를 보냈던 기록을 삭제한 덕분에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이들은 도로 표지판도 없는 곳에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 없이 달려야 했다고 한다. 파괴돼 차선 하나만 남은 다리를 불안하게 지나기도 했고, 달리던 중 도로 구멍에 바퀴가 망가지기도 했다. 5시간 걸려 겨우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가까운 대도시 벨고로드로 방향을 잡았는데 그 직후 또 연방보안국(FSB) 검문에 걸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6시간이나 걸려서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리투아니아 맥도날드 매장에선 와이파이를 처음 사용해봤고,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한 뒤엔 일행들을 내려주고 일주일간 머물렀다. 코로나19로 많이 아프기까지 했지만 약혼녀를 만나겠다는 의지는 굳건했다.

베랴예프는 지난 14일 오후 인도주의 차량 행렬을 따라 다시 길을 떠났고, 르비우를 거쳐 18일엔 키이우를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하르키우에서 약혼녀 집을 50m 앞두고 또 검문을 받긴 했지만 그는 결국 연인과 재회하는 데 성공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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