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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0년 된 아프리카 풍토병 원숭이두창…"갑자기 발생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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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아프리카 풍토병...최근 14개국 120명 동시 발생
①설치류 접촉서 발생...감염국 동물 수입현황 봐야
②사람 간 밀접 접촉 감염 가능성 있어

50년 넘게 아프리카에서만 주로 발견됐던 인수공통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최근 북미와 유럽을 넘어 중동에서까지 발견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스위스‧이스라엘 당국이 밝힌 원숭이두창 감염의심 사례가 확인된 국가는 22일 기준 총 14개국. 유럽과 북미,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열흘 동안 120건이 보고됐다. 한국은 '안전지대'라 할 수 있을까.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서 직접 들어올 가능성은 있지만 크지 않다. 다만 우리와 교류가 많은 영국, 미국, 스페인을 중심으로 발생하니까 국내에서 일부 사례가 들어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원숭이두창이 신종 감염병은 아니다.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확인됐다. 이 원숭이가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다. 1970년 콩고의 한 어린이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고,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이 교수는 "처음에 발열기로 첫날부터 3일 정도까지 열이 나기 시작한다. 보통 4일을 넘어서부터 전신으로 발진이 생기는데 수포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발진이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잡히면서 회복이 되는데 회복되는 데까지는 3주에서 4주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사망률은 지역별로 1~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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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이미지. CD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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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경로는 ①이 병에 걸린 설치류나 영장류 등과 접촉했을 때다. 이 교수는 "설치류를 유포하는 작업 중 동물의 피가 사람한테 튀면서 감염됐던 적들이 여러 번 보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②사람 간 전파도 가능하다. 병변이나 체액, 호흡기 비말 및 침구와 같은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만 그동안은 아프리카 외에서 감염이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었다.

한데 어떻게 13일부터 22일, 열흘 동안 3개 대륙 14개 나라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했을까.

역학조사가 필요하지만, 이 교수는 우선 두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①어떤 동물이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수입됐을 가능성이 있거나 ②어떤 형태든 간에 사람 간 접촉을 통해서 확산됐을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흡기로 전파되기도 하지만 "전파력이 높지 않고 대부분은 감염된 사람의 수포와 내 몸이 닿는다든지, 상처를 통해서 바이러스가 침범한다고 알려져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③일부는 남성에서 주로 발생을 했었고 일부 동성애자가 발생을 했기 때문에 동성애자 사이에 전파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전체 케이스가 다 그런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해외 여행객...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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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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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22일 "아직 한국에서 발견된 환자는 없지만, 대비를 위해 검사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지만 WHO는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85%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는 이 백신이 3,500만 명분가량 비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질병청은 "해당 백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전문가 의견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국소적으로 유행이 되는 상황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 코로나19 안정 상황이 되면서 유럽이나 미국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원숭이두창 감염)에 대한 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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