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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다보스포럼 “30년 이어진 세계화 시대 끝나가”… 공급망 교란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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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2년만에 대면회의

동아일보

22일 개막한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차 총회(다보스포럼) 회의장에서 환영 연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여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다보스=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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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2년여 만인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대면 회의를 재개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다보스포럼)에서 30년간 이어진 세계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화를 뒷받침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하게 교란됐다며 ‘전환점에 선 역사’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탈(脫)세계화가 주요 어젠다로 떠오를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 “세계 ‘디커플링’ 우려 커져”

FT에 따르면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회장은 “미중 갈등이 팬데믹으로 더 심해진 와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의 디커플링(decoupling·단절)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쇼어링’(국내로 제조업을 다시 도입하는 것), 지역주의, 재(再)국유화처럼 최근 출현한 경영 추세로 인해 세계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세계화와) 국가주의 보호주의 국수주의 등과의 갈등에서 누가 이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비용을 절감하며 세계화를 촉진시킨 아웃소싱이 이제는 공급망 불안을 가져오는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 반면에 지정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그룹 조너선 그레이 회장은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와 더 가까운 곳에서 생산을’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워버그핑커스의 찰스 케이 최고경영자(CEO)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투자를 결정할 때 사라졌던 지정학적 요인의 중요성이 최근 다시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센티오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기업 투자자 회의나 실적 발표에서 해외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는 현상을 뜻하는 ‘온쇼어링’ ‘리쇼어링’ 같은 단어가 언급된 수치는 2005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 젤렌스키 “러 제재 동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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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개막식에서 화상 연설을 하자 청중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다보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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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까지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연설로 개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주제) ‘전환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금은 무력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둘지 결정할 때”라며 세계 경제 리더들에게 최대 수준의 러시아 제재(원유 수입 및 무역 금지 등)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어느 나라도 반대하지 않지만 배고픔 가난 절망 혼돈에는 반대한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 계획인 ‘마셜 플랜’으로 유명한 조지 마셜 전 미국 국무장관 말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쳤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보스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라며 199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해 20년간 양심수로 복역하다가 풀려난 흑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 이후 오랜만의 기립박수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창립자와의 대담에서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없다. 여러분은 매일 아침 ‘내가 오늘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라고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러시아인 참가를 금지했고 러시아 관련 파트너십도 모두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예술가들은 다보스 중심가에 각국 대표들이 포럼 기간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러시아하우스’ 대신 ‘러시아 전쟁범죄 하우스’를 차렸다. 우크라이나 철강 재벌 빅토르 핀추크 재단이 제작을 후원한 이 전시관은 러시아군이 자행한 전쟁범죄 기록을 전시한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팬데믹 기간 30시간마다 한 명꼴로 억만장자가 탄생했고 동시에 33시간마다 100만 명은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면서 빈곤층을 돕기 위한 ‘연대세(連帶稅)’를 제안했다. 연대세는 가난한 사람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부유층에 물리는 세금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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