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현대차그룹 전기차 투자계획 보니…거점지역 보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인니·미국에 전기차 집중 투자 전기차·배터리셀 공장 함께 세워 시너지 [비즈니스워치] 나은수 기자 curymero0311@bizwatch.co.kr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부문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밝힌 국내·외 전기차 투자 금액만 28조원이 넘는다. 투자계획 발표 및 실행기간을 지난 2년으로 넓히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략을 좀더 자세히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년 동안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인도네시아,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향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장에 배터리셀 공장도 함께 지어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무관세 혜택을 통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겠단 전략도 엿보인다.

한국·인니·미국 생산 핵심축

비즈니스워치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 생산 대부분은 울산 1공장이 책임지고 있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생산은 화성 3공장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장 증설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생산 거점 지역으로 점찍은 곳은 한국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미국이 있다. 향후 유럽에도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공개되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2030년까지 144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단 계획이다. 현재 35만대 수준인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4배 이상 끌어올리겠단 얘기다. 이 계획대로라면 2030년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323만대) 절반 가까이(45%)를 국내 공장이 책임진다.

올 초 인도네시아 델타마스 공단 지역엔 15억5000만달러를 들여 완성차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이 공장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혼류 방식의 생산 체계를 갖췄다. 현재 내연기관차 생산 비중이 더 높다. 하지만 향후 전기차 수요 상황에 맞춰 그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생산능력도 연산 15만대 수준에서 향후 25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한 것은 인구 6억명 이상의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020년 기준 2억7000만명으로 아세안 국가 중 그 수가 제일 많다. 아세안 지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이 필수적인 셈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낮은 자동차 보급률을 감안하면 시장 잠재성도 풍부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90명대 선에 머문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생산 거점지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도 전기차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 74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21일엔 55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새롭게 들어설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들어선다. 내년 착공에 돌입해 2025년 생산 체제에 돌입한다.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연산 30만대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기아 조지아 공장과 4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부품 협력사, 물류 시스템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미국 전기차 신공장에 도입할 것"이라며 "생산 시스템 효율화 뿐 아니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를 이용)의 조기 추진 등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신개념 미래 공장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셀 공장도 함께… 왜?

비즈니스워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사들과 손을 잡고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짓고 있다. 이 역시 인도네시아와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7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그 해 9월 착공에 돌입했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4년 상반기다.

생산 규모는 연 10GWh(기가와트시)로, 이는 전기차 15만대분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감안해 생산 능력을 30GWh, 연 45만대분까지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도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 아직 어느 배터리사와 협력할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전기차 전용 공장 인근에 배터리셀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여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확정할 것"이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와 미국에 배터리셀 공장을 함께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부품 현지화율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다.

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최대 80%에 달한다. 하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아세안 10개국의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이상이면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아세안 국가에 수출하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완성차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을 펼치며 미국산 제품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오는 10월까지 완성차 생산 부품 비율을 기존 55%에서 60%로 높여야 한다. 이 비중은 2024년 65%, 2029년 75%로 점차 높아질 계획인데,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을 미국에서 생산해 이 기준을 맞추겠단 구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공장을 짓는 이유는 해당 국가들이 요구하는 부품 현지화율 조건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동시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부품을 해당 생산공장에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배터리 연구 개발 지원

국내엔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기보단 연구 개발과 충전기 인프라 확충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1월 서울대학교와 함께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연구센터에 향후 10년간 300억원 이상 지원한다. 올해 말까지 배터리공동연구센터 전용 연구공간을 마련하고 최고 사양의 실험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와 협업도 진행한다. 충전소를 구축하면 자연스레 전기차 보급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인 '이피트(E-pit)'를 출범시켰다. 올해 4월엔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인 E-CSP까지 론칭했다.

롯데그룹-KB자산운용과는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특수법인을 통해 최대 200kW(킬로와트)급 충전기 임대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기차 부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체인저이자 퍼스터무버로 도약해나갈 것"이라며 "국내·외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