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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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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이승우·지소연’ 품은 시민구단 수원FC의 ‘꿩 잡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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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 소극성 탈피해 스타 마케팅

관중·유니폼 증가에 충성도 높아져

경영진의 철학과 비전의 공유 큰 몫


한겨레

수원FC 위민의 지소연. 수원FC 제공


지난해부터 K리그 1부로 진출한 시민구단 수원FC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같은 연고지의 축구 명문 수원 삼성을 뺨칠 정도로 눈부시다.

수원FC는 올해 시즌 전 ‘천재과’ 이승우를 영입했다. 유럽 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재기를 벼르며 국내에 복귀한 이승우는 재치 번뜩이는 플레이로 팬몰이를 하고 있다. 시즌 초반 수원FC의 관중은 200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4000여명으로 늘었다. 관중석은 이승우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북적인다. 수원FC 관계자는 “입장료 수입 5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매번 매출 신기록을 쓰고 있다. 유니폼 판매도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여자축구단도 보유한 수원FC는 24일 ‘슈퍼스타’ 지소연(31)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잉글랜드 첼시 위민에서 뛰며 팀을 6차례 리그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다. 지소연을 영입하면서 수원FC 위민은 기존의 WK리그 양강인 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을 위협할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팬 관심도 폭발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소연 유니폼을 사고 싶다는 팬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축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여자축구계는 지소연 효과를 계기로 그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온 여자축구에 ‘새바람’이 불기를 바라고 있다. 김연경이 도쿄올림픽에서 분투하면서 여자배구를 인기종목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처럼, 지소연 또한 “기량이 되는 상태에서 복귀해 여자축구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수원FC의 이승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1, 2부에는 여러 시·도민 구단이 있다. 이들은 기업형 구단에 비해 재정적으로 넉넉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발상하기에 따라서 시민구단도 구단만의 독특한 마케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김호곤 수원FC 단장은 “이승우는 한물간 선수가 아니다. 한국축구의 재능이고, 그래서 아끼고 다시 살려야 한다”고 했고, 지소연에 대해서도 “최고의 여자축구 선수다. 그를 활용하면 못할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몸값을 지불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마케팅 도전에 나선 수원FC를 보면 ‘꿩 잡는 매’가 떠오른다.

프로팀들은 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적만이 팬이 원하는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모든 팀이 우승할 수는 없다. 우승 경쟁과 달리 팬과 교감하고 신뢰를 얻는 활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수원FC가 이승우와 지소연을 영입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축구를 몰랐던 시민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고, 수원 삼성과는 차별화된 존재감을 키워가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조광래 대표가 이끄는 대구FC나 이영표 대표의 강원FC 또한 장기적 안목에서 고유한 팀 색깔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시·도민 구단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끝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노리치시티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노리치시티의 팬들은 강등이 확정된 팀을 응원하기 위해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안방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물론 이런 팬 충성도는 오랜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수원FC의 경영진이 새로운 축구문화를 만들기 위해 선수단과 구단 운영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에서 긴 여정의 첫 걸음을 본다.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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