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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친노 운동권 vs 친박 공안검사... '대척점 인생'들의 초대형 공약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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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를 가다> ⑩(끝) 강원
이광재 "GTX 연장, 서울대병원 유치한다"
김진태 "한국은행·삼성 반도체 가져올 것"
현재 판세 김진태 유리, 이광재 뒷심 변수
한국일보

김진태(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달 12일 오전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다음 달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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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맘대로 도유지(중도)를 외국회사에 100년이나 공짜로 내주는 겁니까?"

22일 강원 춘천시 온의동 풍물시장에서 만난 정모(57)씨는 선거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뜸 레고랜드 테마파크 얘기를 꺼냈다. 정씨는 "입이 쩍 벌어질 특혜를 주고, 개장 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업을 누가 추진했느냐"며 더불어민주당과 현 도지사를 비판했다. 2010년 이광재 당시 지사부터 최문순 현 지사까지, 민주당은 12년간 강원도정을 이끌어 왔다.

반면 12년 동안 강원도가 괄목할 만큼 발전을 거듭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냈고, 이 과정에서 강원도의 대외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으며, 낙후됐던 도내 구석구석에 철도·도로망이 조밀하게 깔리게 됐다는 것이다. 김모(47)씨는 "강원도는 동계올림픽과 함께 낙후된 이미지를 벗었다"며 "KTX와 고속도로를 비롯한 긍정적인 올림픽 유산이 여전히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22일 춘천 풍물시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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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반도체 공장... 대선급 공약


이처럼,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강원지사 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개발'이다. 지리적 요인, 군사적 이유, 환경적 제약 때문에 유보되었던 강원도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지역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이번 선거에 나선 이광재(57) 민주당 후보와 김진태(58) 국민의힘 후보도 저마다 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개발 공약을 들고 나왔다. 86세대 운동권 출신 친노(이광재), 공안검사 출신 친박(김진태). 서로 극단적 인생을 살아온 두 후보이지만 대통령 선거에나 어울릴 초대형 공약을 내세우며 공약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두 후보 모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춘천 연장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약속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후속 입법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원주~수서 철도와 GTX-A 노선을 연계하고 도심에 트램을 도입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GTX 노선 연장에 따른 춘천 도심 구간 지하화 △평창 및 동해안 일대 바다가 있는 스위스 프로젝트 △평창 서울대병원 유치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원주시 국가산업단지에 99만1,735㎡(약 30만 평) 규모 부지를 조성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즉시 삼성 경영진과 협상에 나서 공장을 끌고 와 1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또 △한국은행 본점 춘천시 유치 △강릉시 경포호 국가정원 승격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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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가 21일 강원 춘천시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 앞에서 열린 합동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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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행적에 발목 잡힌 공통점


운동권으로, 공안검사로, 서로 대척점에서 인생을 살아온 두 후보지만, 개인 비위와 과거 행적 문제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 후보는 과거 손가락을 잘라 입대를 피했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왔고,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김 후보는 극우 행적 탓에 이번 선거에서 공천 배제(컷오프) 직전까지 몰린 경험이 있다. 5·18 유공자 및 불교계 비하 등 망언 전례도 있다. 그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를 한 뒤에야 당내 공천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이 후보의 별명은 '강원도의 아들'이다. 유독 중앙정치에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한 강원도가 전략적으로 키워야 할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는 2010년 보수 표심이 강한 강원에서 지사 타이틀을 따내며 12년 민주당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자신은 박연차 게이트 탓에 지사직을 6개월 정도만 수행할 수 있었지만, 후임 최문순 지사(2011~2022년)가 3선을 달성할 수 있는 터전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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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대통령선거의 강원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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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뒷심이냐 김진태 굳히기냐


그러나 대통령 선거 3개월 뒤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강원도의 아들'은 예전만 못한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줄곧 이 후보를 앞서는 모습이다. 강원도 내 신문 및 방송사 등 5개 언론사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6일부터 20일까지 18개 시군에서 각 500명씩 모두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0%포인트) 결과, 김 후보의 지지율이 45.0%로 33.9%인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그렇지만 이 후보 측은 12년 전과 같은 뒤집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선거에서 이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던 이계진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 선거기간 내내 끌려가다가, 막판에 역전해 최종적으로 8.73%포인트의 득표율 차로 낙승했다. 이 후보 캠프는 "지금까지는 후보의 진심이 전달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며 "인물론을 내세워 노년층과 영동지역 표심을 집중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현재 지지세와 '샤이 보수'를 더해 승세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여론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름세인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구(55)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서로 맞서거나 이슈가 될 만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공약이나 TV토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 유권자와 친밀도를 높이는 전통적 선거운동 방식이 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춘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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