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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범죄 예방 예산 삭감”…선거에 혐오하려고 나왔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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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공보물 살펴보니

여성·외국인·성소수자 등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

기초 후보 “불법촬영 예방사업 허위예산”

교육감 후보 “학생인권조례 공교육 추락 주범”


한겨레

서울 관악구의원에 출마한 최인호 국민의힘 후보의 공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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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불법촬영 감시 및 점검에 사용되는 허위예산 전액 삭감하겠습니다.”

6·1 지방선거에서 서울 관악구의원에 출마한 최인호 국민의힘 후보(21)가 지난 3월28일 ‘관악구의원 (가) 선거구 예비후보’ 명의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공개된 최 후보의 선거 공보물과 현수막 등에도 ‘허위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내용이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걸렸다. 선거 공보물에는 어떤 예산이 허위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최 후보는 앞서 페이스북에서 “페미니즘계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몰카천국이 아니고, 남성들의 강간카르텔이 만연하지도 않다. 오히려 치안이 좋고, 객관적으로 굉장히 안전한 나라”라며 “불법촬영 장치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서 세금을 탕진하는 범죄사각지대 증폭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 실행된 지자체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여성·외국인 등을 혐오하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혐오로 표를 사려는 ‘정치 마케팅’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후보가 내세운 ‘허위 예산 삭감’은 2020년 구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관악구 다중이용시설의 불법촬영 예방에 관한 조례안’의 취지에 반하는 주장이다. 한해에만 5천건이 넘는 불법촬영 범죄가 적발되는 현실에서 관악구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기초단체에서도 비슷한 조례를 제정하는 추세인데 이를 뒤엎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0년 지하철과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범죄는 804건에 달했고, 노상·상점·시장 702건, 숙박업소·목욕탕 400건, 학교 110건 등 상당수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후보는 지난 7일 ‘여성이 안전한 관악’을 홍보하는 박준희 관악구청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하며 “성위기를 초래하는 성파시즘에 동조하는 박준희 현 관악구청장이 재선하는 건 반드시 막아야겠다. 2030세대가 40% 넘게 살고 있는 관악구만큼은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정책들을 뿌리째 뽑아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9년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란 학생 단체 소속으로 교사들이 사상 주입과 정치 편향 교육을 했다고 문제 제기한 이력이 있는 최 후보는 지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기획한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참여를 계기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서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온라인에서 했던 20대 여성을 향한 적대와 혐오의 싸움을 현실 정치에서 계속하겠다는 여성혐오 후보를 국민의힘이 공천으로 승인해준 것”이라며 “백래시(성평등에 대한 반발성 공격)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후퇴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허위예산 삭감’에 대해 “시민 안전과 하등 상관없는 사업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여성한테 도움이 되는 여성 1인가구 안심지원사업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라며 “페미니즘이 성별 터전을 왜곡하고 있고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 유권자들도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존중·이해·화합하는 성평화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애, 페미니즘 등에 대한 혐오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도 있다. 조전혁 서울교육감 후보는 5대 공약에 ‘성평등 교육을 가장한 극단적 페미니즘 및 동성애 교육 폐지’를 내세웠다. 권수현 대표는 “동성애 교육은 공식 교육에도 없는데 후보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오히려 동성애 혐오를 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후보는 “현 서울교육감이 발표한 2022 성평등 기본계획이나 성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의 자료를 보면 아이들이 동성애를 혼인의 형태로 착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있다”고 반박한다. 인천광역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박진재 한국국민당 후보는 공보물에 ‘무분별한 외국인 유입 퍼주기 정책 폐지’같은 외국인·난민 혐오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을 권고해온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공보물과 5대 공약에 기재한 후보도 4명(충남 이명학·조영종, 서울 조전혁·박선영 후보)에 달한다. 특히 이명학 후보는 학생인권조례를 “공교육 추락의 주범”이라고 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20일 ‘전교조 아웃’ 슬로건을 내건 조 후보를 비롯한 10개 지역 교육감 후보에 대해 “단체에 대한 편견을 기반으로 한 혐오를 조장한 선거운동”이라며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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