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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제2의 페이팔’ 꿈꿨던 테라, 어쩌다 사기로 수사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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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테라 출범 때 신현성은 간편결제 서비스 구상

권도형은 2021년 3월부터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흥행’


한겨레

출처=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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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취임 직후 서울남부지검(지검장 양석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켰다. 합수단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사기 혐의 고소·고발을 ‘1호 사건’으로 맡았다. 테라는 처음부터 사기였는지, 권 대표는 피해를 막으려 최선을 다했는지 등이 수사 쟁점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권 대표를 어떻게 데려올지도 관심사다. 이런 수사 쟁점들을 짚어봤다.

“지금까지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왔고 큰돈을 투자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 사용하는 토큰은 없었습니다. 실생활에 쓰는 토큰, 우리가 만들겠습니다.”(신현성 전 테라 공동대표. 2018년 9월14일 업비트 개발자 대회 연설)

“(테라의) 디파이(DeFi·탈중앙금융서비스)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은 최대 20%의 연이자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것(테라)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의 스테이블코인입니다.”(권도형 테라 대표. 2021년 3월15일 앵커프로토콜 출시 이틀 앞두고 트위트)

“내 발명품(테라)이 모두에게 고통을 줬다는 사실 때문에 정말 고통스럽습니다.”(권 대표. 2022년 5월14일 트위트)

한국계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Terra)에 대한 신 전 대표와 권 대표의 주요 발언이다. 2019년 4월 테라 공식 출범 전부터 최근 몰락까지 흐름이 집약돼 있다. 이걸 보면 두 사람에게 테라는 완전히 달랐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수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는 테라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논란과 별개로 형사 책임을 가리는 절차다. 전직 특별수사통 검사장은 24일 “이번 수사도 형사 책임을 질 사람을 가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서 테라가 언제부터 위험해졌는지 따지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의 역사는 극단적인 여론 때문에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테라의 가상자산 루나(LUNA)와 스테이블코인 테라유에스디(UST)의 몰락에 언론은 “테라의 탄생부터 전 과정이 사기 아니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거래소 ‘깜깜이 상장’ 논란도 그 오해 탓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선 다르게 이해한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신 전 대표는 미국의 페이팔 같은 세계적인 간편결제 서비스가 꿈이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안에서 인정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실제 최근 한 인터뷰에서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을 결제시스템에 활용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를 혁신하는 게 그 당시 규제 안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하겠다 하고 2020년 3월 이후엔 회사의 어떤 의사 결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핀테크기업 차이코퍼레이션을 세워 지급결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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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대표가 떠나고 1년 만에 테라는 다시 크게 주목을 받는다. 권 대표는 2021년 3월17일 ‘최대 20% 연이자’를 약속하며 앵커프로토콜을 선보였다. 블록체인 스마트계약을 이용해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디파이 서비스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불분명한 디파이를 이용해 규제의 간섭을 벗어나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워낙 높은 이자율 덕분에 지난해 디파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루나를 사용했다는 점이 전부였다. 신 전 대표는 국내외 15개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들과 제휴해 가상자산 지급결제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거기서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을 늘리기 위해 테라 결제 때마다 결제액 수수료 0.5%를 루나 보유자에게 주려 했다. 당시 기존 결제대행업체들의 수수료 2~3%에 비해 그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로 거래 기반(생태계)을 키우고자 했다.

반면 권 대표는 실생활 대신 정교하게 짠 프로그래밍 코드(알고리듬)로 테라유에스디의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악화와 외부 헤지펀드의 공격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한꺼번에 몰리자 알고리듬이 고장 난 것이다.

곧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낸다. 권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고 ‘테라 2.0’으로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전지성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iseong@coindeskkorea.com

함지현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goham@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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