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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권도형, 테라 붕괴 막기 위한 최선 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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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출처=김외현/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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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Terra)의 가상자산 루나(LUNA)와 스테이블코인 테라유에스디(UST) 폭락 사태를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권도형 대표가 테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도 수사 쟁점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에서는 개발사가 아닌 개인도 직간접적으로 생태계 발전을 위한 제안을 내고 투표에 참여한다. 그러나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권 대표의 테라에 대한 제안은 커뮤니티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결국 테라의 최초 설계는 권 대표가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루나와 테라유에스디 폭락 때 권 대표가 실제로 책임을 다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의 준비금 사용 내역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권 대표가 테라유에스디의 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준비금 확보를 위해 지난 1월 설립한 재단이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준비금은 블록체인이 아닌 외부 장외거래(OTC)를 통해 축적·소비됐다. 이 과정에서 권 대표 등 6명이 모든 자금을 관리했기 때문에 투명성 의혹도 제기된다.

루나와 테라유에스디의 본격적인 폭락은 지난 8일(한국시각) 1달러를 유지해야 할 테라유에스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깨지는 현상(디페깅)이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루나와 테라유에스디 폭락 때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준비금을 어디에 썼는지 바로 밝히지 않았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8일 뒤인 16일에서야 준비금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늦장 공개에 루나파운데이션가드와 권 대표의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한 트위터 사용자가 권 대표에게 “LFG의 OTC 거래기록을 공개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우리와 거래한 사람들과 비밀유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와 권 대표의 말이 사실이면 테라 붕괴 과정에서 일정 부분 책임을 졌다고 볼 수 있지만, 거짓으로 드러나면 책임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더불어 이번 사태에서 테라폼랩스가 검증인과 투자자 사이에서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검증인이란 새로 생성되는 블록에 잘못된 사항이 없는지 확인하는 주체다. 한국에서는 DSRV, 해시드 등이 테라 블록체인 검증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테라 블록체인은 생태계에 대한 의사 결정 제안이 나오면, 루나 코인 보유자를 대상으로 7일간 투표를 거쳐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는 검증인이 제안을 결의하면 테라폼랩스가 최종 승인하는 형태로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 직접 투표가 아닌 간접 투표로 제안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테라 검증인 중 하나인 DSRV의 김지윤 대표도 이 과정에서 법적 책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초 검증인이 테라의 블록을 임의로 중단하면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개발 주체인 테라폼랩스가 최종 승인하는 형태로 운영해야 하지만, 두차례 테라 블록체인이 멈추는 과정에서 검증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끝으로 권 대표가 20일 직접 제안한 ‘테라 생태계 복구 계획’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창업자가 나서서 블록체인을 둘로 쪼개자고 얘기할 줄은 몰랐다”며 “커뮤니티가 상황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지도 않고 (권 대표가) 돌이킬 수 없는 제안을 섣불리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사태 수습을 하기 전에 체인을 분리해 새로운 테라를 만들자는 제안은 성급했다는 이야기다.

박상혁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seminomad@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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