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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윤석열 대통령 온다고···지역 언론 취재 막은 세계가스총회 조직위[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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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기자 200여명 막고

대통령실 취재기자 3명만 허용

총회 조직위 “대통령실 요청 아냐”

정의당 “지역 차별·무시한 행보”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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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이유로 지역 언론의 취재가 제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가스총회(WGC) 조직위원회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총회 개회식에 윤 대통령이 축사를 위해 참석한다는 이유로 지역 언론사의 취재 활동을 막았다.

총회 조직위는 개회식 하루 전인 지난 23일 오후 11시20분쯤 ‘긴급공지’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24일(화) 개막식과 관련해 유관 기관의 보도불허 지침이 전달되었기에 기자분들께 전달한다”면서 “지침 준수를 위해 조직위에서는 불가피하게 기자분들의 전시회 및 총회 입장을 (오전)11시까지 제한하게 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은 개회식이 진행되는 약 1시간 동안 개회식장 및 미디어센터에 접근할 수 없었다. 총회 조직위가 미리 정한 행사 취재 미디어풀에 속한 기자 200여명 모두가 해당됐다. 또한 개막식 현장 생중계도 이뤄지지 않아 지역 기자들은 총회 미디어팀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총회 조직위는 대통령실 풀기자단 취재기자 3명의 취재는 허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대구시는 지역 기자들도 풀단을 구성해 취재할 수 있게 하거나 현장을 중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조직위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언론의 취재가 불가하다는 소식을 행사 직전에야 전달받았고 이유는 못 들었다”면서 “민간행사라 대구시도 지원을 하는 처지여서 조직위의 움직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세계가스총회 조직위가 개회식 하루 전인 지난 23일 오후 11시20분쯤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 메일 내용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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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입장을 거부당한 대구 한 일간지 기자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취재 등록까지 받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라고 서울쪽 기자들만 취재를 허용할 생각이라면 행사도 서울에서 여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총회 조직위 관계자는 “총회 프로그램 대행사가 외국계인데, 이 회사와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발생한 사태다. 윤 대통령이 외국계 기업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 잡혀 있어, (경호 등의 문제로)공간을 확보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지역 기자의 취재를 막은 건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조직위가 판단한 사항이며 대통령실의 요청은 없었다. 보도 통제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총회 조직위는 지난 24일 오후 8시38분쯤 취재진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장태수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위가)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는 ‘유관기관의 보도 불허 지침 때문에 취재를 불허한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유관기관이 대통령실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 대변인은 “세계가스총회 개막식에서 대통령의 17분은 지역을 짓밟은 시간이었다”면서 “국정과제에서 지역만 쏙 빼놓으면서 지역을 차별하고 무시한 행보의 반복”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은 지역과는 소통하지 않기로 작정했느냐”며 “합당한 해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달 대구·경북과 전북, 광주·전남을 방문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가 경호와 보안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꾸려진 풀기자단 외에 지역 취재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후 지난달 20일 한국기자협회 소속 10개 시·도협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윤석열 당선인은 지역 언론에 대한 취재 통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올해로 28번째인 세계가스총회는 오는 27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 세계가스총회는 3년마다 열리는 에너지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 행사로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행사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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