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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해법 없이 미국 전략에 동참 선언한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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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냉전적 군사동맹과 진영 대결 강화하는 선택... 외교·안보 정책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오마이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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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시작하여 주한미군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서 끝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되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전략에 한국이 전적으로 동참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회담이었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실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만들어갈 현실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고,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진영 대결을 심화할 방안만 가득하다. 평화와 협력의 미래를 전망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우선 기존 남북·북미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기존 합의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북 억지력이라는 명분으로 공격적인 군사 전략을 구체화할 방안들이 발표되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의 큰 방향을 합의한 기존 북미 공동성명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북한을 규탄하고 고립시킨 뒤 변화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재개와 한국의 군비 증강, 결국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까지 지난 시간 되풀이되어온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 밝혔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결국 실패하고 북핵 고도화라는 결과를 낳은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빼닮은 전혀 담대하지 않은 계획이다.

지난 시간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일부나마 축소했던 것은 한국과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북한에 비해 훨씬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추동하기 위한 전략이었지, 북한의 '눈치를 보기 위한' 일이 아니다. 안보 위협을 해소하지 않고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것만으로 북한의 행동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능한 해법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핵전쟁 위험 높일 합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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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일 국방부 앞 평화행동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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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고위급 확장억제 전략협의체 재가동,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한미연합군사연습 확대,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위한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으며 미국은 핵 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핵우산을 강화하고 핵무기 탑재도 가능한 미군 전투기 등을 전개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을 높이고, 남북이 합의한 핵무기·핵위협 없는 한반도라는 지향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 일차 불사용(No First Use), 유일 목적(Sole Purpose) 사용 원칙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국가로,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는 북한의 핵 개발을 더욱 추동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 사드 문제는 명시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한미 정부는 향후 '사드 기지 정상화'를 공식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 군사적 효용성이 낮은 반면,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매개로 MD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한반도·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증폭제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논의를 개시하기로 한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역시 전 세계 분쟁과 안보 불안에 기생하는 미국의 무기 산업과 한국 무기 산업의 협력을 강화하고 무기 생산과 수출을 늘리는 비윤리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한미동맹이 이렇게 전쟁 준비에만 몰두하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명분으로 한미동맹의 지역 군사 개입이 확대될 가능성을 높였다. 2021년 문재인-바이든 정부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역내 분쟁 위험이 높은 지역들을 다시 한번 명시하며 미국의 입장에 동조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남중국해 및 여타 바다에서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이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겠다고 화답하였다.

또한 바로 이어진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보았을 때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추동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할 것도 예상된다.

미국은 한미동맹 위기관리에 관한 합의각서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한미 국방부는 작년에 승인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에 따라 작전계획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작전계획에 주한미군 병력과 능력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의 군사 전략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이해에 따라 확대되고, 역내 분쟁에 주한미군이 동원되거나 혹은 한국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한국 정부는 과연 그러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

군사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미국 중심의 질서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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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 대응 평화행동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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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직후 한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동참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경제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일자리 창출, 안정적인 부품 조달,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배제하여 향후 디지털 경제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지속하기 위한 구상에 동참하는 것이 중국과의 무역량이 가장 많은 한국의 경제와 산업 전반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가 안보이며 안보가 경제'라고 강조하나, 그럴수록 일방을 배제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되며 각국의 협력을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탄소제로 전력의 핵심적 원천으로 핵발전을 명시하고 노골적으로 '원전 동맹'을 표방한 것 역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정이다. 핵발전은 기후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한미 정상은 동맹 강화의 근거로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민주주의, 인권 및 규범에 근거한 국제질서'를 강조하지만, 이는 미국 입장에서 해석된 가치이고 규범일 뿐이다.

일례로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해양 관련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한 유엔 해양법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말하면서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핵무기금지조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미·영·호주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하여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동맹 강화와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 결성 등이 국제 규범을 지키고 전 세계의 자유와 개방성,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독자적인 전략은 찾아볼 수 없고 미국 주도의 질서에 전적으로 편승하겠다고 밝힌 새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크게 우려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접경 지역 분쟁 위험이 높아진다면 그 피해는 모두 한반도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것이다.

'신냉전'이라 불리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평화를 지향하는 균형 잡힌 외교가 아니라 냉전적인 군사동맹과 진영 대결을 강화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외교·안보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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