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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손흥민 경기도 돈 내고 봐야할까...'몸값' 높아진 스포츠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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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한밤 시청률 '6.8%'…매력적인 콘텐츠 '유료화' 수순

스포츠 쓸어담는 OTT…위협받는 '보편적 시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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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모우라(왼쪽), 손흥민/사진제공=토트넘 공식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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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국내 중계권을 가진 스포티비(SPOTV)도 '초대박'을 터뜨렸다. 스포티비는 "시청률왕 손흥민"이라며 환호했지만, 이 같은 인기는 역설적으로 '손흥민 경기 돈 내고 보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콘텐츠가 매력적일수록, 중계권자는 '제값 받기'를 시도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방송사를 제치고 스포츠 콘텐츠의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유료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월요일 새벽 시청률 6.8% '대박'…"손흥민은 시청률왕"

PL을 독점 중계하는 스포츠채널 스포티비는 지난 23일 자정 토트넘과 노리치시티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스포티비 단일 채널에서만 시청률 5.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반전이 끝나가던 새벽 0시45분쯤에는 순간 시청률이 6.8%에 달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의 6%대 시청률은 웬만한 인기 드라마도 찍기 힘든 수치다.

이 시점의 스포티비 시청자 수는 154만명에 달했다. 스포티비는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와 쿠팡플레이 등 OTT 사용자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시청자가 지켜봤을 것이라며 "'시청률왕 손흥민'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밝혔다.


'손의 몰아치기', 쿠팡·웨이브 순위 바꿨다

손흥민의 파괴력은 OTT 순위마저 뒤바꿨다. 25일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인 사용자가 가장 많은 OTT 앱은 넷플릭스(1055만명), 티빙(324만명), 쿠팡플레이(321만명), 웨이브(307만명) 순으로 조사됐다. 4월 한 달 동안 만 10세 이상의 안드로이드(3871만명)·iOS(1075만명)을 조사한 결과다.

넷플릭스 '1강'과 국내 OTT '3중'의 구도는 여전했지만, 눈에 띄는 점은 쿠팡플레이의 약진이다. 지금까지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CJ ENM의 티빙과 2위를 다퉜는데, 이번에는 쿠팡플레이가 치고 올라왔다. 업계에선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콘텐츠를 주목한다. 쿠팡플레이는 해외축구 주요 리그의 중계권 중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를 비롯해 이강인의 RCD 마요르카, 황의조의 FC 지롱댕 보르도, 김민재의 페네르바흐체SK 등 한국 선수 경기만 골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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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와이즈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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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4월에만 리그 14·15·16·17호골을 몰아치며 득점왕 레이스에 가세하자 쿠팡플레이에서 토트넘 경기를 즐기는 이용자 유입이 많아졌고, 지난달 한국프로축구연맹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2025년까지 K리그의 뉴미디어·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한 것도 주효했다. 넷플릭스·티빙·웨이브보다 드라마·영화 콘텐츠가 부족했던 쿠팡플레이가 스포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성과를 거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거스를 수 없는 '유료화'…"국민 스포츠, 보편적 시청권 보장도 중요"

스포츠 중계에서 OTT가 부상하면서 유료화도 자연스러워졌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던 시절에는 케이블TV 시청자 누구나 지상파 3사의 스포츠채널 등에서 다양한 해외축구 경기를 즐겼지만, 스포티비 모회사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2018-2019시즌부터 PL,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등의 중계권을 가져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손흥민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가 TV에서는 유료채널 '스포티비온'으로, OTT에선 '스포티비나우'를 통해서만 볼 수 있게 됐다.

유료화 직후에는 이용자 반발이 컸지만, 중계권료 확보에 거액을 베팅한 에이클라의 수익화 전략은 막을 수 없었다. 더욱이 구독료를 내는 게 당연한 OTT에서 스포츠 콘텐츠를 빨아들이면서 유료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해외축구 리그와 토너먼트, 류현진이 뛰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국내 시청자층이 탄탄한 미 프로농구(NBA)에 더해 작년에는 UEFA 주관의 유로2020(쿠팡플레이), 남미축구연맹 주관의 2021 코파 아메리카(쿠팡플레이), 2020도쿄올림픽(웨이브) 등 국제대회 중계도 OTT가 도맡았다.

티빙도 CJ ENM이 지난 20일 론칭한 스포츠전문 채널 'tvN SPORTS'와 함께 스포츠 콘텐츠 수집에 나섰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카타르 월드컵 예선 등 축구 콘텐츠는 물론 월드 복싱 슈퍼매치,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종합격투기 UFC까지 중계 리스트에 올렸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자체 출시한 OTT 서비스 '피파플러스'의 등장도 화제였다. 중계권 보유자가 직접 플랫폼이 되기를 선언한 셈이다.

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스포츠 경기의 유료 시청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손흥민 경기를 '돈 내고 봐야 할 것'는 우려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콘텐츠의 경우 '보편적 시청권'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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